반공포로 2만 7000명… 그들이 석방되기까지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06.17 03:00

연극 '6·25전쟁과 이승만'

"우린 싸울 만큼 싸웠습니다. 끝내 휴전에 동의하실 생각이 없으시다면 유엔군을 한반도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클라크 장군)

"그렇게 하시오. 나와 우리 국민은 단독으로라도 북진해서 기어코 통일을 이루고 말겠소."(이승만 대통령)

지난 11일 서울 교남동의 한 연습실.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 이승만(박기산)과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김춘기)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차오른다. 1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역사극 '6·25전쟁과 이승만'(정진수 작·연출) 중 1953년 6월 부분의 한 장면이다. 배우 박기산은 느리지만 논리적이고 힘이 있었던 이승만 대통령(1875~1965)의 말투를 온전히 살려냈다.

연극‘6·25전쟁과 이승만’의 이승만 대통령(박기산), 헌병 사령관(최상규)과 헌병 부사령관(이윤상) 〈오른쪽부터〉. /민중극단 제공
민중극단의 '6·25전쟁과 이승만'은 1953년 6월부터 11월까지 경무대(현 청와대)의 대통령집무실을 비춘다. 연극은 휴전 한 달여 전인 6월 18일 일요일 자정에 반공포로 2만7000명을 전격 석방한 사건에 집중한다. 미국으로 하여금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도록 압박한 이승만의 벼랑 끝 외교전술이었다.

무대는 이승만 대통령이 타자기로 외교문서를 작성하는 장면으로 열린다. 이승만은 "적은 항상 내부에 있다. 지금부터는 미국과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해설자 역할을 하기도 하는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차유경)를 비롯해 닉슨 미국 부통령(장기용),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 로버슨 미 국무부 차관보(채용병), 원용덕 헌병 총사령관(최상규), 백선엽 육군참모총장(강욱규) 등 등장인물의 면면도 묵직하다.

박기산은 작고 구부정한 몸으로도 공간을 장악하는 몰입과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배우 앙상블도 믿음직스럽다. 박봉서·장기용·최상규·김춘기·정슬기·차유경·채용병 등 20~30년 이상 무대에 선 배우들의 호흡과 발성, 캐릭터 조형술이 안정적이다.

역사극이지만 딱딱하지만은 않다. 술과 고춧가루를 이용한 반공포로 석방 계획, 헌병 부사령관의 희극적인 보고 장면, 클라크 장군에게 소련제 양주를 선물하는 대목 등에서는 웃음이 번진다. 중간 중간 이승만과 프란체스카의 결혼을 비롯해 백마고지 전투, 반공포로 석방, 한미 상호방위조약 협상 등을 담은 영상이 무대에 들어온다. 작품을 쓰고 연출한 정진수는 "연극의 재료는 대부분 팩트(사실)이고 한데 뭉치면서 극작술을 가미했다"고 말했다.

▶27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02)734-9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