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6.17 03:00
뮤지컬 '분홍병사'
영어권 뮤지컬과 프랑스 뮤지컬은 음악적으로 다르다. 영어권 뮤지컬은 극 전체에 같은 테마를 적극적으로 반복·변주하면서 통일성 있는 그림을 짜려 안간힘을 쓰며 한 곡 안에서도 가사·음악을 기승전결로 쌓아올리는 '극적인 뮤지컬 곡'이 많다. 그런데 프랑스 뮤지컬은 쿨하다고 해야 할지 무심하다고 해야 할지, 반복이나 변주 따위에 집착하지 않는다. 고운 멜로디로 1·2·3절이 반복되는 '유로 팝송'의 향연이다. 한 마디로 '쟤는 참 애쓴다'와 '노력 안 해도 예쁜 애구나'의 차이랄까.
'분홍병사'는 프랑스 뮤지컬이다. 나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작사가라고 생각하는 김민기의 각색·가사·연출인데, 대극장에서 화려하게 공연되던 원작을 단출한 소극장용으로 바꿨다. 어린이용으로 만든 것은 아니라고 들었지만 객석엔 아이들이 많았고 다들 얌전히 보고 있었다.
'분홍병사'는 프랑스 뮤지컬이다. 나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작사가라고 생각하는 김민기의 각색·가사·연출인데, 대극장에서 화려하게 공연되던 원작을 단출한 소극장용으로 바꿨다. 어린이용으로 만든 것은 아니라고 들었지만 객석엔 아이들이 많았고 다들 얌전히 보고 있었다.

어떤 아동극은 모든 어린이의 정서를 딱 자기 수준으로 보는 게 정서적으로는 싸구려에 가깝다. 천박한 어른의 취향이다. 모든 사람이 교외 식당 스피커의 귀청 찢어지는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듯이 어린이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왜 모를까?
'분홍병사'는 내 조카에게 보여주고 싶은 공연이고 나도 재미있었다. 음악은 노력 안 해도 예쁜 애가 줄줄이 나오는 듯한 지루함이 다소 있기는 했지만 몇몇 곡은 놀랄 만큼 아름다웠다. 헝겊 인형(방진의)이 부르는 '메이드 인 아시아'가 특히 그랬다. 음악이란 게 참 이상해서 좋은 노래는 두 마디만 들어도 딱 알 수 있는데 이 곡이 그런 케이스다.
사실 프랑스 뮤지컬을 '노력 안 해도 예쁜 애'라고 말할 때 나는 조금 시니컬했다. 하지만 '분홍병사'는 미소가 빙그레 나오는 정말 예쁜 아이다. 초연이라 허술한 구석도 있고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 아이가 조급해하지 않고 잘 자랐으면 좋겠다. 내 조카들이 극장 갈 나이가 될 때까지.
▶27일까지 서울 학전블루. 15 44-1555
'분홍병사'는 내 조카에게 보여주고 싶은 공연이고 나도 재미있었다. 음악은 노력 안 해도 예쁜 애가 줄줄이 나오는 듯한 지루함이 다소 있기는 했지만 몇몇 곡은 놀랄 만큼 아름다웠다. 헝겊 인형(방진의)이 부르는 '메이드 인 아시아'가 특히 그랬다. 음악이란 게 참 이상해서 좋은 노래는 두 마디만 들어도 딱 알 수 있는데 이 곡이 그런 케이스다.
사실 프랑스 뮤지컬을 '노력 안 해도 예쁜 애'라고 말할 때 나는 조금 시니컬했다. 하지만 '분홍병사'는 미소가 빙그레 나오는 정말 예쁜 아이다. 초연이라 허술한 구석도 있고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 아이가 조급해하지 않고 잘 자랐으면 좋겠다. 내 조카들이 극장 갈 나이가 될 때까지.
▶27일까지 서울 학전블루. 15 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