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친부 복원, 문화재委 심의도 안 거치고 졸속 발표"

  • 손정미 기자
  • 허윤희 기자

입력 : 2010.06.14 23:43

미술계 반발 거세져… 문화체육관광부 "7월 말 심의 기다리기엔 설계시간 촉박"

문화체육관광부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들어서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옛 기무사 자리에 조선시대 종친부를 이전 복원하기로 한 것에 대해 미술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기무사에 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미술계는 기무사 부지에 국립현대미술관을 세워야 한다고 지난 15년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며 "(종친부 이전 복원으로) 협소한 부지에 국격을 상징하는 21세기 문화한국의 랜드마크를 세울 수 있겠느냐"며 종친부 이전 복원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기무사에 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1995년 미술계를 비롯해 문화계 인사들이 만든 단체로, 박서보·하종현·황영성·오광수씨 등 미술계 인사 1300여명과 화랑협회·미술평론가협회·큐레이터협회 등 20여개 미술 관련 단체로 구성됐다. 이 단체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종친부 이전 복원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서명운동과 1인 시위 등을 단계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의 연면적이 5만7200㎡에 이를 정도로 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은 점점 대형화되고 있다"면서 "종친부가 이전 복원될 경우 서울관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으로 평가받고 있는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 센터. 미술계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종친부 건물이 복원되면 연면적이 퐁피두 센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송혜진 기자
종친부(宗親府)는 조선시대 왕실 친척들의 관련 사무를 담당하던 관청으로, 옛 기무사 자리에 있다가 1981년 신군부가 테니스장을 만들기 위해 인근 화동 정독도서관으로 옮겼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9일 "종친부 건물 중 정독도서관에 남아 있는 경근당과 옥첩당을 제자리에 이전 복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힘으로써,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연면적은 3만3000㎡에서 2만6000㎡로 줄어들게 됐다.

미술계는 특히 종친부 이전 복원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술계 관계자는 "문화재 관련 시민단체들이 종친부 이전 복원을 쟁점화시킬 움직임을 보이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먼저 이전 복원 방침을 발표했다"며 "종친부가 서울시 지정 문화재임에도 서울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조차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순태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관은 "수천억원짜리 중대한 공사를 진행하면서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문화재위원 및 관련 기관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한 뒤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종친부 건물 유구의 구체적인 보존 방안은 7월 말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설계안에는 '종친부 건물의 이전 복원'이라는 지침이 내려진 상태다.

박순태 예술정책관은 또 "종친부 위치가 미술관 광장에 해당하는 중앙이라는 미술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종친부 건물은 미술관의 중앙이 아닌 가장 뒤쪽에 자리 잡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