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6.15 03:02
서울시립미술관 사진전만 레이와 그의 친구들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巨匠… 영향받은 작가 47명의 작품도
16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만 레이와 그의 친구들의 사진〉전(展)은 예술사진의 장을 연 만 레이를 중심으로 그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태어난 만 레이(Man Ray·1890~1976)는 화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지만 자신의 작품을 찍으면서 사진에 매료됐다. 사진가 스티글리츠가 운영하는 사진 전문 갤러리 등을 찾아다니며 사진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만 레이는 개념미술의 대표 작가인 마르셀 뒤샹을 만나면서 결정적 전기를 맞았다. 뒤샹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고, 다다와 초현실주의자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나갔다.
그는 1921년 파리로 옮겨오면서 살바도르 달리 같은 작가들의 얼굴과 작품 사진을 찍었고, 샤넬의 의뢰를 받아 패션 사진을 찍으며 부와 명성을 얻었다. 그는 사진을
예술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면서 실험적인 작품을 남겼고, 20세기 시각예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명으로 꼽히게 됐다.
이번 전시는 만 레이 등 국내외 작가 48명의 작품 150여점을 보여준다. 전시는 크게 3가지 섹션으로 나뉘는데, 만 레이의 작품을 중심으로 그의 작품 세계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는 국내외 작가들을 함께 묶었다.

첫 번째 섹션은 '현실의 기록으로서의 사진'으로, 초상을 비롯해 패션과 광고, 다큐멘터리 사진을 다뤘다. 만 레이가 카메라에 담았던 살바도르 달리와 조르주 브라크·이브 탕기 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세계적인 작가들을 담은 초상 사진에서 만 레이의 예술적 감수성과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오형근의 〈화장 불안〉 시리즈는 소녀들의 진하고 서툰 화장 뒤에 숨은 우리 사회의 불안을 보여준다. 프랑스 작가 샤를르 프레제의 〈치어리더〉는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말하고 있다.
두 번째 섹션은 '기록을 넘어 창작의 세계로의 사진'으로, 현실을 재현하는 사진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작품들이 등장한다. 이 부분에서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작품은 만 레이의 대표작 〈앵그르의 바이올린〉일 것으로 보인다. 만 레이의 연인이자 모델이었던 키키 드 몽파르나스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린 작품이다. 만 레이는 고전주의 화가였던 앵그르가 바이올린 애호가였던 점에 착안해 작품을 제작했다. 모델의 뒷모습은 앵그르의 작품 〈목욕하는 여인〉을 연상시키며, 인화된 프린트 위에 흑연과 잉크로 바이올린을 상징하는 'f홀'을 그려 넣었다. 작가가 마치 화가처럼 터치를 더해 사진 작품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전시는 8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입장료 어른 700원. (02)2124-8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