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프 특집] 두드려라, 부끄러워 말고 열리리라, 꿈꿔오던 미래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0.06.14 03:09

작년 '아시아프 프라이즈' 수상자들이 건네는 당부
"개인·단체전 참가하라며 폐막 이후 연락 빗발쳐
온몸 부딪쳐 성장할 기회 절대 놓치지 마세요"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때 '아시아프 프라이즈'가 대답해줬어요. '이 길이 틀리지 않았다. 너의 장점을 꾸준히 살려서 더 큰 세상을 그려라'라고. 덕분에 작가로서의 길을 흔들림 없이 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습니다."(임장환·29·서양화·동국대 졸)

지난해 8월 서울 경복궁 옆 옛 기무사 건물에서 조선일보문화체육관광부 공동주최로 열린 '2009 아시아프(ASYAAF·Asian Students and Young Artists Art Festival)'는 땡볕에서 기다리는 시간조차 설레고 즐거웠던 젊은 미술인들의 축제였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대학생·청년 작가 777명은 '아시아프' 전시장을 찾은 5만2000여명의 관람객과 갤러리 관계자·평론가·큐레이터 등 미술 관계자들 앞에서 기량을 맘껏 뽐냈고, 자신의 작품이 애호가를 만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이들 중 임장환·노승빈(30·한국화·추계예대 대학원 졸)·천종구(28·입체·안동대 대학원)·전형진(36·사진·홍익대 대학원)·황보금별(25·미디어아트·홍익대 대학원)씨 등 5명은 창의적이고 실험성이 돋보인 작가에게 수여하는 '아시아프 프라이즈'를 받는 영광을 차지했다.

지난 11일 10개월 만에 다시 모인 '아시아프 프라이즈' 수상자들은 "'아시아프' 폐막 이후 외부적으로는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가하라는 연락이 빗발쳐 행복한 비명을 질렀고, 내부적으로는 전업작가로서 나아갈 길을 치열하게 모색하는 바쁜 삶을 살았다"고 입을 모았다. 임장환·노승빈·천종구씨는 많은 단체전에 참여했고, 전형진씨는 서울 시내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황보금별씨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동료 작가들과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아시아프 프라이즈’를 수상한 5명 중 4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아시아프’를 통해 미술 관계자와 애호가들에게 우리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아시아프 프라이즈’까지 받아 작가로서 자신감과 책임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임장환·황보금별·노승빈·천종구씨. /오진규 인턴기자
임장환씨는 "'아시아프' 이전에는 작품 포트폴리오를 보내고 나를 알려야 했는데 지금은 먼저 찾아주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한 컬렉터가 '아시아프' 개막식 날 제 그림 두 점을 사갔는데, 제가 상까지 받게 되자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과 큐레이터들을 소개해줬다"면서 기뻐했다. 그는 "사람들이 '앞으로는 어떤 작업을 할 거냐'고 자꾸 물어봐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면서 "당장은 오는 9월 열릴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에 출품할 작품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승빈씨는 "'아시아프' 전에는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과 사람들이 원하는 그림이 다른 것 같아 회의가 들었다"면서 "'아시아프 프라이즈'를 수상하고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완전히 잘못된 건 아니라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노씨는 "나 자신도 자랑스럽고 컬렉터도 만족할 작품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누가 봐도 '이건 노승빈 작품'이란 말을 들을 수 있게 나만의 독특한 표현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동에 사는 천종구씨는 전시회를 한번 보려고 해도 버스 타고 3시간 이상 가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작품과 실력에 의문을 품기도 했다는 천씨는 "솔직히 말해 작업을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천씨는 "'아시아프'를 통해 또래 작가들이 어떤 작업을 하는지, 완성도와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묵묵히 실력을 갈고 닦아 진정한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보금별씨는 "개인적인 경험을 작품에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하는지 늘 궁금했는데 '아시아프'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황보금별씨는 "이제 작품을 할 때 어느 선(線)까지 표현해도 되는지 확신을 얻었다"면서 "지난해 관람객과 미술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칭찬과 비판을 영양분 삼아 올가을에 있을 전시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상자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전형진씨는 이메일을 통해 "제가 추구해온 작업에 관람객들이 관심을 가져줘 정말 기뻤다"면서 "최근 유행하는 작가의 자아 중심적 사유보다 사회적 시선을 담은 스토리에 긍정적 반응을 보여준 '아시아프'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아시아프 프라이즈' 수상자들은 올해 '아시아프'에 참여하려는 작가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자기 작품이 초라해서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럽다는 생각은 절대로 말고 자신 있게 '아시아프' 문을 두드려라! 온몸으로 부딪치며 무럭무럭 자라날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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