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父子 연기하는 '장군의 후예'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06.10 00:15

송일국, 연극 데뷔… "할아버지가 떳떳하셨기에 내가 있어"

"안중근 의사의 아들 준생이 아버지에게 묻습니다. '겨레와 나라가 뭐기에 가족도 버리고 왜, 누구를 위해서 이토를 쐈느냐'고. 안중근 의사의 대답은 '너를 위해서'입니다. 그 한마디에 꽂혔습니다."

연극 '나는 너다'(정복근 작·윤석화 연출)로 무대에 데뷔하는 배우 송일국은 9일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내가 지금 자랑스럽게 살아가는 이유는 할아버님이 떳떳하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중근·안준생 1인2역을 맡는 그는 항일 독립투쟁가 김좌진 장군의 아들인 김두한 전 국회의원의 외손자이다.

"사실 저는 잘 몰라요. 밖에서는 영웅이셨지만 그 가족은 말로 표현 못할 고통을 겪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대사를 접하는 순간 많은 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나는 너다'는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년을 맞아 안중근과 아들 준생의 삶과 죽음을 그린다. 준생은 세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일본인들에게 학대받으면서 정치선전 도구로 이용된 인물이다. 안준생에 대해 송일국은 "나는 그가 친일파나 반역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나도 그렇게 됐을지 모른다"고 했다.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제가 철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머니(김을동 국회의원)가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오늘의 내가 있게 만드셨습니다."

연출을 맡은 윤석화는 "위인을 뒷바라지하려면 가족과 후손의 고통이 더 큰 법"이라면서 "어쩌면 안준생은 지금 우리 모두의 모습일 수 있다"고 했다. 7월 27일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개막하는 '나는 너다'는 박정자가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역을 맡고, 한명구·배해선 등이 출연한다.

드라마 '주몽', 영화 '작업의 정석' 등으로 알려진 송일국에겐 이번이 첫 연극 무대다. 그는 "연극은 진정한 배우 예술이라서 용기가 안 나고 두려웠다"면서 "연기에 대해 갖고 있던 그동안의 내 교만함을 바로잡고 한계를 시험하는 과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