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원작 연극 '레인맨'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06.10 03:06

상투적인 얘기, 번뜩이는 무대

두 사내가 있다. 인터넷 단타 매매를 하는 찰리(강필석)와 정해진 시간표대로 사는 레이먼(손종학)이다. 위험한 주식에 돈을 넣었다가 파산 직전에 몰린 찰리는 아버지의 부고(訃告)를 듣고서야 친형 레이먼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는 아버지가 자폐증 환자인 형에게 300만달러를, 자신에겐 중고차와 장미꽃밭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사실을 듣고 폭발한다.

연극‘레인맨’의 레이먼(왼쪽)과 찰리 형제. /쇼팩 제공
연극 '레인맨'(연출 변정주)에는 요동치는 삶과 변화없는 삶이 겹쳐졌다. 그런데 어지럽지 않고 따뜻했다. 연어의 회귀성이 사람에게도 있기 때문일까. 곡선을 펴 직선을 만들듯이 형제가 하나가 되고 화해한다는 이야기는 상투적이다. 하지만 '레인맨'은 추상적인 무대에서 새로운 길을 냈다. 연극은 빗방울 소리, 번지는 물의 무늬로 열렸다. 커다란 사각형 3개를 겹겹이 세워놓은 듯한 무대디자인(정승호)은 기능성이 있었다. 우표, 가족사진, 나무 등을 그려놓아 조명의 각도에 따라 어떤 것은 사라지고 어떤 것은 도드라지는 방식이었다. 조각난 기억과 가족애를 되찾아가는 드라마와 잘 어울렸다.

"어!오!"로 기억되는 손종학의 물렁함과 강필석의 날카로움은 대비가 좋았다. 축구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주고받는 장면은 그 불확실성만큼이나 재미있었다. 그러나 '안 봐도 비디오'라는 선입견과 숙명적으로 싸워야 하는 이 연극은 원작 영화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20년 전에 나온 영화의 인지도가 짐이 되지 않으려면 이야기의 진폭을 더 키워야 한다. 무대를 채우는 연기의 에너지와 강렬한 무대언어가 아쉽다.

▶박상원·남경읍·손종학이 레이먼을, 남경주·고영빈·강필석이 찰리를 나눠 맡는다. 27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02)548-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