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과 슈만 사이, 낭만을 말하다

  • 성남문화재단
  • 글=남소연 편집장

입력 : 2010.06.07 13:55

쇼팽, 슈만 탄생 200주년 기획공연

에드워드 아우어
2000년대 들어서 쇼팽 콩쿠르의 가장 큰 이슈는 15년 동안 공석이던 우승자의 자리에 최연소로 등극한 윤디 리의 등장이었지만, 그보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보다 더 깜짝 놀랄 사건이 존재했다. 1980년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0회 쇼팽 콩쿠르. 우승의 영예를 거머쥔 피아니스트는 무명의 동양인, 그것도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변방 중의 변방이었던 베트남 출신의 당타이손 Dang Thai Son이었다.

베트남전쟁의 참상 속, 피란 중에도 부서진 피아노와 손으로 베낀 악보를 붙들고 연습을 쉬지 않던 소년 당타이손은 이후 유학이나 변변한 협연 경험도 없이 성장했지만, 쇼팽 콩쿠르에서 1위는 물론 무려 세 개의 특별상(폴로네이즈상,마주르카상,협주곡상)을 휩쓰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더욱이 그가 제친 경쟁자는 이후 피아노계의 막강한 스타 플레이어로 떠오른 이보 포고렐리치였다.

콩쿠르 이후 베트남의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원활한 활동을 펼치지 못했던 당타이손은 1990년대에 캐나다로 이주한 이후 비로소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새롭게 제2의 음악 인생을 시작한다. 몬트리올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최근 빅터 레이블에서 쇼팽의 마주르카 전곡을 녹음하는 등 여전히 쇼팽에 대한 애정으로 충만해 있다. 작곡가의 탄생 200주년을 맞이한 올해,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꼽히는 피아니스트들의 행보는 분주하기 그지없는지라, 당타이손 역시 지난 2월부터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유럽 투어를 진행한 것은 물론 쇼팽의 탄생일인 3월 1일에는 마르타 아르헤리치, 윤디와 함께 바르샤바에서 열린 갈라 콘서트에서 협주곡 2번을 연주하며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당타이손
당타이손은 이달 23일, 5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1부에서는 바르카롤과 왈츠, 스케르초를 그리고 2부에서는 국내 앙상블 중 열정적인 활동으로 첫손에 꼽히는 콰르텟21과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피아니스트의 자유로운 감성과 루바토가 절대적으로 돋보이는 쇼팽의 협주곡인 만큼 오케스트라 대신 사중주단과 함께하는 구성은 농밀하면서도 탄력적인 실내악적 묘미가 한껏 돋보이는, 더욱 낭만적인 쇼팽의 감성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올봄부터 박종화, 허원숙, 유영욱, 손열음, 시프리앵 카차리스 등으로 이어지는 지속적인 쇼팽 특집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 금호아트홀은 6월에서 7월에는 ‘쇼팽에서 슈만으로’ 연결되는 기획을 준비했다. 우선 3일에는 미국인 최초의 쇼팽 콩쿠르 입상자이자 이후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한 에드워드 아우어가 쇼팽 발라드 전곡 리사이틀 무대에 선다. 지난 2004년 무대에서 프렐류드 전곡을 연주했던 아우어는 올해는 발라드 전곡 사이에 마주르카와 왈츠, 폴로네이즈-판타지 등을 다채롭게 삽입, 쇼팽의 전성기와 말년으로 이어지는 음악 세계를 집중 조망한다.

젊은 라이징 스타들이 뭉친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는 6월 10일과 17일, '쇼팽과 슈만 사이'의 타이틀로 총 2회에 걸쳐 쇼팽과 슈만 그리고 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동시대 작곡가들의 실내악을 탐구한다. 손열음과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장유진, 첼리스트 이정란, 김민지 외에 지난해 하마마쓰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선배들과 합류한다. 10일 ‘쇼팽의 뮤즈’ 편은 녹턴의 창시자인 존 필드 그리고 쇼팽이 파리 시절 함께 우정을 나눴던 리스트 등 음악적으로 영향을 준 작곡가들의 작품을 골라 당대의 음악사를 훑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조성진이 들려주는 존 필드의 녹턴, 조성진,장유진 듀오로 선보이는 리스트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었다.

손열음
17일 ‘슈만의 로망스’는 손열음,권혁주,이한나,이정란의 브람스 피아노 사중주, 클라라 슈만의 피아노 삼중주 등 슈만이 극찬했던 쇼팽, 클라라,슈만 부부와 빼놓을 수 없는 평생의 인연이었던 브람스의 실내악 작품을 한데 묶었다.

지난해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를 성공리에 마치며 의미 있는 정점을 찍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와 올리브 케른은 24일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들려준다. 특히 자주 연주되지 않는 3번 소나타까지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금호아트홀의 슈만 특집 시리즈는 7월에도 트리오 탈리아의 슈만 삼중주/사중주, 피아니스트 한동일과 김정은, 김규연의 리사이틀로 이어지며 ‘슈만에서 슈만으로’ 한여름의 휴가를 떠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