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6.04 17:56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은 지 일 년은 넘은 것 같아요."
모든 일은 이 한 마디에서 출발했다. 뮤지컬 '친정엄마'의 연습이 한창이던 지난달 중순.
'친정엄마'에서 댄스 캡틴과 앙상블을 맡고 있는 배우 천은성이 연습실에서 지친 표정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혼자 자취를 하다 보니까 엄마가 해주시는 '집 밥'을 먹은 지 일 년은 넘은 것 같아요. 김 모락모락 나는 흰 쌀 밥이 그리워요."
연습은 매일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10시에 끝났다. 식사는 거의 밖에서 사먹었다. 연습실 주변 식당을 가거나 바쁠 땐 인스턴트 햄버거나 편의점 김밥, 즉석 라면으로 해결했다.
천은성의 혼잣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대선배 김수미가 조용히 팔을 걷어부쳤다. 다음날 집에서 직접 만든 일곱 가지 반찬과 고추장, 풋고추, 상추 등을 바리바리 싸왔다. 20여명이 함께 먹을 수 있게 그릇과 수저 등 캠핑용 식기 세트도 챙겨왔다. 연습실에서 즉석으로 된장찌개를 끓이고 소고기도 구웠다. 연습실엔 고향집 부엌에서 나는 엄마의 훈훈한 향기가 가득했다.
천은성과 배우, 스태프들은 김수미가 차려준 밥상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은성은 "정말 행복하다. 시골 밥상을 먹는 것 같다. 수미 선생님이 꼭 친정엄마 같다"며 감격했다.
뮤지컬 '친정엄마' 제작진은 "김수미씨가 알게 모르게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팀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며 "덕분에 많진 않지만 제작비도 100만원 정도 아낄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뮤지컬 '친정엄마'는 오는 30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공연한다. 고혜정 작가의 원작을 토대로 연극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재해석했다. 엄마 역에는 김수미 선우용녀, 딸 역에는 오정해 정나온이 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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