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5.27 03:09
[리뷰] 발레 '심청'
'孝(효)'와 연꽃이 새겨진 무대막이 오르면 중년의 심청(문훈숙)이 과거를 회상한다. 9년 만에 무대에 오른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UBC) 단장의 춤이 반갑다. 한국 창작 발레를 대표하는 UBC의 '심청'은 하강과 상승, 내리막과 오르막으로 출렁이는 드라마였다. 심청(황혜민)이 인당수에 빠지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오는 수중 장면은 영상으로 담아 더 생생한 물의 질감이 느껴졌다.

이야기는 익숙한 고전 그대로다. 심청은 눈먼 아버지에게 세상을 보여주려고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팔고, 이어 인당수로 투신(投身)한다. 1막 중 배 위에서 펼쳐지는 남성들의 군무(群舞)는 힘이 넘치는 직선이고, 2막의 바닷속 용궁 장면은 부드러운 여성 군무의 릴레이다. 심청이 몸을 던지기 직전 망설이는 몸짓은 둥근 곡선을 그리며 관객을 건드렸다.
황혜민은 한층 성숙한 연기를 보여줬다. 아버지와의 이별 등 초반부에는 표현력이 달렸지만 3막에서 임금과 '문라이트 파드되(2인무)'를 출 때는 음악이 없는 순간에도 여유로운 서정성이 있었다. UBC 코르 드 발레(군무진)의 앙상블도 단단했다.
황혜민은 한층 성숙한 연기를 보여줬다. 아버지와의 이별 등 초반부에는 표현력이 달렸지만 3막에서 임금과 '문라이트 파드되(2인무)'를 출 때는 음악이 없는 순간에도 여유로운 서정성이 있었다. UBC 코르 드 발레(군무진)의 앙상블도 단단했다.

5m 풀장에서 촬영해 삽입된 수중 장면은 치마폭의 움직임까지 살아 있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이미지, 길게 느껴지는 영상은 손질이 필요한 것 같다. 뉴욕·파리 공연에서도 호평받았던 '심청'은 한국이 담긴 무대미술이 그윽하고 남녀 무용수의 역할 분담이 잘 돼 있는 작품이다. 심봉사가 눈을 뜨는 마지막 장면의 희극성도 좋았다. 믿기지 않지만 믿고 싶어지는 이야기였다.
▶강미선·한서혜·안지은·황혜민·강예나가 심청 역을 나눠 맡는다. 3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544-1555
▶강미선·한서혜·안지은·황혜민·강예나가 심청 역을 나눠 맡는다. 3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