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5.27 03:09
연극 '잠 못드는 밤은 없다'
뿌리 뽑힌 자들을 채집해 그들이 떠난 세상을 비추는 일본 극작가의 시선이 부럽다. 연극 '잠 못 드는 밤은 없다'(연출 박근형)를 툭툭 털어내면 마지막에 남는 단어는 은퇴이민(隱退移民)이다. '도쿄 노트' '과학하는 마음' 같은 희곡으로 기억되는 히라타 오리자는 '잠 못 드는 밤은 없다'에서 말레이시아로 이민 온 일본인들의 입을 통해 "일본이 싫다"고 말한다.
이 연극은 사회학적 호기심이 씨앗이 됐지만 관객에겐 거대한 숲처럼 풍성하다. 불치병 진단을 받은 켄이치(정재진), "드라마만 금방 끝나는 줄 알았는데 인생도 순식간"이라고 넋두리하는 아키라(최용민), 남편의 불륜을 지켜볼 뿐인 치즈코(서이숙),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는 미스루(박완규) 등 구멍 뚫린 인물들이 서글프면서도 희극적인 인생의 한 모서리를 담담하게 펼쳐보인다.
이 연극은 사회학적 호기심이 씨앗이 됐지만 관객에겐 거대한 숲처럼 풍성하다. 불치병 진단을 받은 켄이치(정재진), "드라마만 금방 끝나는 줄 알았는데 인생도 순식간"이라고 넋두리하는 아키라(최용민), 남편의 불륜을 지켜볼 뿐인 치즈코(서이숙),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는 미스루(박완규) 등 구멍 뚫린 인물들이 서글프면서도 희극적인 인생의 한 모서리를 담담하게 펼쳐보인다.
말레이시아 한 휴양소 로비의 저물녘 100분을 뚝 떼어낸 것 같은 무대도 함축적이다. 이야기는 불확실한 기억으로 출발한다. 밤중에도 괘종시계의 종이 울렸는지, 말레이시아 정글에 호랑이가 살고 있는지, 풍선껌을 좋아했는지…. 이런 모호함이 그들의 실존이다. 연극에서 사건을 버리고 사람들의 무관심에 집중해온 극작가는 '잠 못 드는 밤은 없다'에서도 물에 젖은 신문지처럼 답답한 인생의 한순간을 포착했다.
관객들이 쉽게 몰입하게 되는 연극이다. 정재진·예수정·최용민·서이숙 등의 자연스런 연기가 무대에 생기를 더했다. 결핍에 시달리는 치즈코와 미스루가 풍선껌으로 분 풍선을 마주대는 장면은 잔상(殘像)이 길다. 텅 빈 두 마음의 접촉을 시각화하며 희극적 리듬을 잃지 않는 연출도 돋보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키라는 말한다. "여기가 좋아요. 어디로든 이제 더 가고 싶지가 않아요." 붉은 노을이 홍시처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 미스루는 입으로 또 풍선을 분다. 암전(暗轉).
▶6월 6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02)708-5001
관객들이 쉽게 몰입하게 되는 연극이다. 정재진·예수정·최용민·서이숙 등의 자연스런 연기가 무대에 생기를 더했다. 결핍에 시달리는 치즈코와 미스루가 풍선껌으로 분 풍선을 마주대는 장면은 잔상(殘像)이 길다. 텅 빈 두 마음의 접촉을 시각화하며 희극적 리듬을 잃지 않는 연출도 돋보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키라는 말한다. "여기가 좋아요. 어디로든 이제 더 가고 싶지가 않아요." 붉은 노을이 홍시처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 미스루는 입으로 또 풍선을 분다. 암전(暗轉).
▶6월 6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02)708-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