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광부, 밤엔 화가 '예술'이 뭐냐고 묻네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05.20 03:19

[리뷰] 연극 '광부화가들'

"처음에 그림을 시작했을 때 뭔가 불이 켜지는 것 같았어요."

연극 '광부화가들'(연출 이상우)에서 올리버(윤제문)와 동료들은 한 주(週)에 48시간씩 석탄을 캐던 손으로 붓을 든다. 앞의 대사는 어두운 갱(坑)에서의 삶이 전부였던 광부가 그림을 발견한 순간의 놀라움을 고백하고 있다. 이 연극도 관객에게 '불이 켜지는 경험'이 될 수 있을까.

번안과 압축을 거친 '광부화가들'은 편안하고 부드러웠다. 낮에는 갱에서 일하고 밤에 그림을 그리는 광부들의 이야기는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물음과도 같았다. 미술교사 라이언(권해효)의 말처럼 예술은 질문이 아니고 대답이었다. 광부(원창연·김승욱·이대연·윤제문)들은 그림으로 유명해진 뒤에도 탄광촌을 버리지 않는다.

연극‘광부화가들’에서 광부들이 노동을 주제로 한 그림을 품평하고 있다. /명동예술극장 제공
'1934년 영국. 광부 120만명. 1일 평균작업 10시간'이라는 자막을 보여주며 시작된 이 연극에는 생각과 웃음이 출렁였다. 하지만 시각적으로는 심심했다. 강의실과 헬렌(문소리)의 집, 전시장을 오가는 무대에는 이젤과 책걸상, 그림을 비추는 대형 스크린이 있을 뿐이었다. 관객을 교실에 앉힌 것 같은 연출의 화폭은 실용적이되 미학적이지는 않았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이기도 한 리 홀(Hall)은 '광부화가들'에서 재료에 형태를 부여하듯이 인물들을 그려냈다. 하지만 예술 자체를 강조하지는 않았다. 그가 보듬은 건 공동체의 생명력이다. 그림을 품평하면서도 "이건 생명이 없고, 왜 그렸는지가 없어…" 하는 식이다. 윤제문의 연기는 생활에 가까웠다. 대부분 오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라 균형감과 앙상블이 좋았다.

▶30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1644-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