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5.17 09:30 | 수정 : 2010.05.17 09:40

“연극계의 주류나 평단에 신경쓰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관심있는 것은 대중이 무엇을 원하느냐입니다.”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로 서울 대학로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강철웅 연출은 “기존의 연극계는 꽉 막혀 있다”며 “나는 기존 연극과 다른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선보이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강 연출은 대학로에서 이단과도 같은 존재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고 있지만, 대학로에서 대접을 못 받는다. 굳이 메인 스트림으로 들어갈 생각도 없다. “지금 대학로 연극으로는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새로운 것으로 관객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는 확신 때문이다.
강 연출은 1993~97년 무려 36만명이 봤다는 연극 ‘마지막 시도’의 제작자다. 97년 3월 노골적인 대사와 여배우의 알몸 연기 등으로 옥살이까지 했다. 외설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연극 관계자가 처음으로 구속되는 등 논란을 부른 장본인이다. 최근 여배우의 과감한 신체노출로 해묵은 예술과 외설의 경계 논쟁을 불러온 연극 ‘교수와 여제자’의 연출자 겸 제작자이기도 하다. “나를 무조건 벗기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는데 ‘미녀와 야수’를 제작해 세종문화회관에도 올린 어엿한 제작자”라며 “작품에 따라 연출법이 달라지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한다.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유령’도 제작한 바 있다는 강 연출은 “여건과 상황만 주어지면 나도 흔히 말하는 작품성 있는 연극을 무대에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연극 ‘에쿠우스’를 예로 들며 “요즈음 공연되고 있는 에쿠우스는 현대적인 흐름과 너무 맞지 않아 지루하다”며 “고 김기영 감독의 연출부 생활도 한 나는 영화적인 기법을 활용해 좀 더 역동적이고 세련된 에쿠우스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강 연출이 바라는 것은 연극을 통한 대중과의 호흡이다. 선정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도 온통 음란한 것만은 아니다. “객석의 반 이상을 20, 30대 여성들이 차지한 것”을 방증으로 내세운다. “남성들로만 우글거릴 것 같은 이 연극에 상당수 여성 관객들이 찾아와 많이 웃고 자주 고개를 끄덕인다”며 “단지, 상업적인 요소로만 치우친 것이 아니라 많은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노력한 면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에서는 중세 철학자 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의 “보기에 즐거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Pulcra sunt quae visa placent)”라는 대사가 나온다. 극본을 직접 쓰기도 한 강 연출의 작품관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심각한 주제보다 오락적 요소에 액선트를 두려는 의도가 감지된다. “작품의 메시지기 이것이다라고 딱 정해서 던져주고 싶지는 않다”며 “관객이 마음껏 즐긴 뒤 상상력을 발휘해서 자신이 가져가고 싶은 요소만 가져가길 바란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인문학자 마광수 교수(연세대 국문학)의 동명 에세이집을 연극으로 옮긴 것이다. 마 교수의 이 책은 특히 성 관련 담론을 통해 사회의 경직된 엄숙주의의 양면성 등을 비판, 주목받았다. 섹스 잔혹 판타지를 표방한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이런 마 교수의 성적 담론을 전하는 작품이다. 소설 ‘즐거운 사라’의 주인공 ‘사라’와 젊은 ‘마 교수’의 인연을 다룬다.
강 연출이 마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96년 ‘마지막 시도’ 공연 때다. “당시 마 교수가 찾아와서 어떻게 이런 연극을 올릴 수 있는지를 물어봤다”며 “이후로 인연이 됐고 ‘마지막 시도’나 ‘교수와 여제자’ 등 연극을 올릴 때마다 마 교수를 모델로 삼았다”고 고백했다.
강 연출이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연극화한 배경에는 자신이 마 교수를 가장 잘 이해한다는 믿음이 있다. “마 교수의 젊은 시절 전성기를 그대로 옮긴 작품”이라며 “마 교수의 실체를 가감 없이, 가히 그대로 표현했다고 해도 무리 없는 연극”이라고 소개했다. “마 교수가 의도하는대로 연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두 번이나 연극을 본 마 교수는 강 연출에게 “그 동안 너무 많은 악평과 괴로움에 시달렸다”며 “다행히 이번 연극을 통해 내 이미지를 다시 살려줘 감사하다”고 전했다고 한다.
사라를 연기하는 ‘플레이보이’ 모델 이파니는 강 연출의 선구안을 확인시켜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연극을 기획하면서 이파니를 캐스팅한다고 하자 섹시 이미지는 부각됐지만 연기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주변에서 만류했다. 그러나 나는 가능성을 봤다.”
강 연출이 하루 12시간씩 한 달 동안 맹연습을 시켰다는 이파니의 연기는 무난하다. 첫 연기치고는 잘 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생각보다 잘해서 놀랐다”며 “무엇보다 초등학생처럼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에 좋다.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진단이다.
강 연출은 이번 작품이 다른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내가 자본과 여유를 가지고 있으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일종의 증거”라며 “이후 더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로 서울 대학로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강철웅 연출은 “기존의 연극계는 꽉 막혀 있다”며 “나는 기존 연극과 다른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선보이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강 연출은 대학로에서 이단과도 같은 존재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고 있지만, 대학로에서 대접을 못 받는다. 굳이 메인 스트림으로 들어갈 생각도 없다. “지금 대학로 연극으로는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새로운 것으로 관객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는 확신 때문이다.
강 연출은 1993~97년 무려 36만명이 봤다는 연극 ‘마지막 시도’의 제작자다. 97년 3월 노골적인 대사와 여배우의 알몸 연기 등으로 옥살이까지 했다. 외설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연극 관계자가 처음으로 구속되는 등 논란을 부른 장본인이다. 최근 여배우의 과감한 신체노출로 해묵은 예술과 외설의 경계 논쟁을 불러온 연극 ‘교수와 여제자’의 연출자 겸 제작자이기도 하다. “나를 무조건 벗기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는데 ‘미녀와 야수’를 제작해 세종문화회관에도 올린 어엿한 제작자”라며 “작품에 따라 연출법이 달라지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한다.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유령’도 제작한 바 있다는 강 연출은 “여건과 상황만 주어지면 나도 흔히 말하는 작품성 있는 연극을 무대에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연극 ‘에쿠우스’를 예로 들며 “요즈음 공연되고 있는 에쿠우스는 현대적인 흐름과 너무 맞지 않아 지루하다”며 “고 김기영 감독의 연출부 생활도 한 나는 영화적인 기법을 활용해 좀 더 역동적이고 세련된 에쿠우스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강 연출이 바라는 것은 연극을 통한 대중과의 호흡이다. 선정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도 온통 음란한 것만은 아니다. “객석의 반 이상을 20, 30대 여성들이 차지한 것”을 방증으로 내세운다. “남성들로만 우글거릴 것 같은 이 연극에 상당수 여성 관객들이 찾아와 많이 웃고 자주 고개를 끄덕인다”며 “단지, 상업적인 요소로만 치우친 것이 아니라 많은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노력한 면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에서는 중세 철학자 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의 “보기에 즐거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Pulcra sunt quae visa placent)”라는 대사가 나온다. 극본을 직접 쓰기도 한 강 연출의 작품관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심각한 주제보다 오락적 요소에 액선트를 두려는 의도가 감지된다. “작품의 메시지기 이것이다라고 딱 정해서 던져주고 싶지는 않다”며 “관객이 마음껏 즐긴 뒤 상상력을 발휘해서 자신이 가져가고 싶은 요소만 가져가길 바란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인문학자 마광수 교수(연세대 국문학)의 동명 에세이집을 연극으로 옮긴 것이다. 마 교수의 이 책은 특히 성 관련 담론을 통해 사회의 경직된 엄숙주의의 양면성 등을 비판, 주목받았다. 섹스 잔혹 판타지를 표방한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이런 마 교수의 성적 담론을 전하는 작품이다. 소설 ‘즐거운 사라’의 주인공 ‘사라’와 젊은 ‘마 교수’의 인연을 다룬다.
강 연출이 마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96년 ‘마지막 시도’ 공연 때다. “당시 마 교수가 찾아와서 어떻게 이런 연극을 올릴 수 있는지를 물어봤다”며 “이후로 인연이 됐고 ‘마지막 시도’나 ‘교수와 여제자’ 등 연극을 올릴 때마다 마 교수를 모델로 삼았다”고 고백했다.
강 연출이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연극화한 배경에는 자신이 마 교수를 가장 잘 이해한다는 믿음이 있다. “마 교수의 젊은 시절 전성기를 그대로 옮긴 작품”이라며 “마 교수의 실체를 가감 없이, 가히 그대로 표현했다고 해도 무리 없는 연극”이라고 소개했다. “마 교수가 의도하는대로 연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두 번이나 연극을 본 마 교수는 강 연출에게 “그 동안 너무 많은 악평과 괴로움에 시달렸다”며 “다행히 이번 연극을 통해 내 이미지를 다시 살려줘 감사하다”고 전했다고 한다.
사라를 연기하는 ‘플레이보이’ 모델 이파니는 강 연출의 선구안을 확인시켜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연극을 기획하면서 이파니를 캐스팅한다고 하자 섹시 이미지는 부각됐지만 연기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주변에서 만류했다. 그러나 나는 가능성을 봤다.”
강 연출이 하루 12시간씩 한 달 동안 맹연습을 시켰다는 이파니의 연기는 무난하다. 첫 연기치고는 잘 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생각보다 잘해서 놀랐다”며 “무엇보다 초등학생처럼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에 좋다.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진단이다.
강 연출은 이번 작품이 다른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내가 자본과 여유를 가지고 있으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일종의 증거”라며 “이후 더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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