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5.13 03:00 | 수정 : 2010.05.13 08:00
창녀의 눈으로 본 돈키호테… 연극과 영화의 절묘한 만남
'둘시네아'(Dulcinea's Lament)는 연극과 영화의 이분법을 넘어서며 공존의 한 길을 보여준다. 영상을 쏘아 올리는 스크린 여러 개를 전후좌우로 움직이면서 그 앞뒤에 배우의 몸과 연기를 포갰다. 영상으로 만든 책꽂이에서 진짜 책을 꺼내는 식이다.
돈키호테가 사랑한 창녀 둘시네아의 눈으로 '돈키호테'를 재구성한 이 음악극은 속도변화, 클로즈업 등으로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돈키호테는 플라스틱 인형으로만 등장시킨 채 둘시네아가 이야기하는 1인 극에 가까웠다. 원작의 드라마틱한 재구성이다.
돈키호테가 사랑한 창녀 둘시네아의 눈으로 '돈키호테'를 재구성한 이 음악극은 속도변화, 클로즈업 등으로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돈키호테는 플라스틱 인형으로만 등장시킨 채 둘시네아가 이야기하는 1인 극에 가까웠다. 원작의 드라마틱한 재구성이다.

무대는 어수선하게 노출된 채 출발한다. 공연이라는 판타지를 준비하는 백스테이지의 현실까지 재료로 쓴 것이다. 둘시네아가 출산하듯이 누워 글자들을 낳는 장면, 거울을 이용한 영상의 반사와 복제, 꿈틀거리는 천에 영상을 쏴서 만드는 입체감 등이 좋았다. 자리와 각도, 타이밍이 정교해야 빚어낼 수 있는 그림들이다. 영상은 보조적인 장치로 머물지 않고 때론 이야기를 이끌었다.
제9회 의정부음악극축제 개막작으로 공연된 '둘시네아'(캐나다)는 지난 2008년 이 축제에 초청돼 주목받은 '신 상그레'처럼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접목하면서도 강렬한 연극성을 내장하고 있다. '신 상그레'가 기술적 완성도에 집중했다면, '둘시네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의 실존을 증명하려는 철학이 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밀도가 떨어지고 산만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3년 연속 우수축제로 선정된 의정부음악극축제는 오는 23일까지 6개국에서 모은 음악극 80여편으로 속을 채운다.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축제에서 문제작으로 주목받은 '오버코트', 프랑스에서 오는 폐막작 '쉐도우 오케스트라', 중국·이탈리아가 합작한 '화이트 스네이크',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 '이춘풍 난봉기' 등이다. 공연 일정은 www.umtf.or.kr 참조. (031)828-58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