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05.06 03:02 | 수정 : 2010.05.06 05:58

몬테크리스토보다 여주인공이 더 멋져

'몬테크리스토'는 차지연의 뮤지컬이었다. '드림걸즈' '씨왓아이워너씨' 등을 지나온 이 배우는 충일한 감정과 부드러운 호흡으로 객석을 집중시켰다. 비약이 많아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몬테크리스토 백작(류정한)의 드라마는 여주인공 메르세데스(차지연)를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안정된 궤도를 그려나갔다. 차지연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는 꼬리가 길었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이 원작인 '몬테크리스토'는 지난해 스위스에서 세계 초연된 작품이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다가 탈출한 에드먼드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이름으로 핏빛 복수를 시작한다. 약혼녀였던 메르세데스는 원수의 아내가 됐지만 에드먼드를 첫눈에 알아본다. 그리움의 직관이다.

뮤지컬‘몬테크리스토’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준 차지연.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류정한과 차지연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부르는 이중창 '나 언제나 그대 곁에'는 아름답고 드라마틱했다. 류정한은 이번에도 믿음직한 가창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이 뮤지컬은 '여자들이란'이라는 노래로 긴장을 이완시키는 등 희극성을 잃지 않았고, 에드먼드가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장면을 비롯해 영상·조명·무대에 세련미가 있었다.

낭만적인 스릴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중독성 강한 음악을 뽑아낸 작곡가 프랑크 와일드혼은 '몬테크리스토'에서도 녹슬지 않은 감각을 들려준다. 사랑과 복수라는 이질적인 재료를 부드럽게 넘나드는 솜씨다. 하지만 오래 귓바퀴에 맴도는 곡이 없다는 점에서 '지킬 앤 하이드'가 그의 극점(極點)이었던 것 같다. 노랫말은 종종 어색한 번역투라서 멜로디와 붙지 않았고 감상을 훼방했다.

▶류정한·엄기준·신성록이 몬테크리스토를, 차지연·옥주현이 메르세데스를 나눠 맡는다. 6월 13일까지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