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ABC] 실내악의 비밀과 숫자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0.05.05 23:47 | 수정 : 2010.05.05 23:50

실내악 멤버도 多多益善?

실내악의 비밀은 숫자에 숨어 있습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처럼 홀로 연주하는 곡을 '솔로(solo)'라고 부릅니다. 혼자는 외로워서 둘이 되면 '듀오(duo)' '듀엣(duet)'이라고 하지요. 바이올린 소나타와 첼로 소나타처럼 독주 악기와 피아노가 함께 연주하는 이중주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셋이 모여서 '삼중주(trio)'가 될 때부터 본격적인 실내악이 시작되지요. 피아노·바이올린·첼로가 모이면 '피아노 삼중주'라고 부르는 것처럼 피아노의 힘은 여느 악기보다 막강합니다.

모차르트의‘그랑 파르티타’를 연주하는 서울시향 단원들. /서울시향 제공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첼로의 '현악 4중주(quartet)'는 실내악에서 핵심을 이루는 편성입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과 쇼스타코비치까지 모든 작곡가가 심혈을 기울인 실내악곡이기도 하지요. 여기에 피아노를 살짝 얹으면 '피아노 5중주(quintet)'가 됩니다. 하지만 서양음악사에서 가장 유명한 피아노 5중주 가운데 하나인 슈베르트의 〈송어〉는 바이올린 한 대와 더블베이스 한 대를 등장시키고 있지요. 플루트·오보에·클라리넷·바순·호른의 앙상블을 '목관 5중주'로 부르기도 합니다.

'6중주(sextet)'부터는 작품의 수가 급감합니다. 바이올린·비올라·첼로를 모두 두 대씩 쓰지만, 편성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미니멀리즘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는 〈6중주〉에서 4명의 타악기 연주자와 두 명의 키보드 연주자를 등장시켰지요.

'7중주(septet)' 이상은 기본편성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베토벤의 〈7중주〉는 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 등 4대의 현악기와 클라리넷·바순·호른 등 3대의 관악기가 결합하고, 프랑스 작곡가 생상스의 〈7중주〉는 현악 4중주의 편성에 더블베이스·피아노·트럼펫이 추가됩니다.

'8중주(octet)'는 짐작 가능하듯 두 개의 현악 4중주가 뭉쳤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멘델스존이 16세에 작곡해서 음악 사상 최고의 신동(神童)으로 불린 〈현악 8중주〉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관악 8중주〉는 오보에·클라리넷·호른·바순이 각각 두 대씩 등장합니다. '9중주(nonet)'에 이르면 작품 찾기부터 쉽지 않지만, 체코 작곡가 마르티누의 〈9중주〉처럼 목관 5중주에 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가 결합하기도 합니다.

가장 큰 실내악 편성은 무엇일까요. 얼마든지 다양한 조합과 편성이 가능하지만 모차르트가 13개의 악기를 위해 작곡한 세레나데 10번인 일명 〈그랑 파르티타(Gran Partita)〉가 가장 유명합니다. 여기선 12대의 관악기에 더블베이스나 콘트라바순이 결합하지요.

올해 개관 25주년을 맞은 호암아트홀이 평소 듣기 어려운 실내악 편성으로 기념연주회를 꾸몄습니다. 마르티누의 9중주, 베토벤의 7중주 등을 한 무대에서 선보이지요. 그래서 공연명도 '많을수록 좋아요'입니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좋은 건 음악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호암아트홀 개관 25주년 기념공연 '많을수록 좋아요', 12일 오후 8시, (02)751-9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