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공격, 치열한 웃음, 조용한 외침

  • 성남문화재단
  • 글=고미진 기자

입력 : 2010.05.04 15:14

연극 '광부화가들'

극단 차이무의 예술감독 이상우 연출이 국내 초연작인 연극 '광부화가들'의 번역과 연출을 맡았다. 작품성과 대중성 등에서 인정받은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 리 홀의 최근작으로 광부들이 그림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는 따뜻한 드라마를 담고 있다. 이상우 연출의 재치와 감성이 극을 어떤 색깔로 물들일지 기대를 모은다.

이상우 연출의 두 작품이 각각 스크린과 무대에 순차적으로 올라간다. 4월 개봉한 영화 '작은 연못'으로 노근리 사건의 전말을 인간의 따뜻한 본성에 맞춰 담담하게 풀어내더니, 이번에는 연극 '광부화가들'로 예술을 향한 인간의 순수성을 제시한다.
극단 차이무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이상우 연출의 작품은 따뜻하고 유쾌한 웃음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감성을 어루만져준다.

연극 '칠수와 만수', '거기', 'B언소' 등 이 연출만의 독보적인 코미디 코드는 무대를 향하고 있는 관객에게 잔잔한 단상을 남긴다. 이 연출은 작품의 ‘현재화’에 주목한다. 공연 시기에 맞춰 작품의 에피소드도 소재도 배경도 변한다. 지금, 우리가 왜 이 작품을 보는지에 대한 해답과 메시지를 이 연출 특유의 재치와 감성으로 작품 곳곳에 배치한다.

영화 '작은 연못'으로 적지 않은 나이에 충무로에 입봉한 이 연출은 전쟁 영화를 권선징악의 코드에서 벗어나 치우침 없이 왜곡되지 않게 그렸다. 한 인터뷰에서 “사람도 상황도 인간을 바라보는 태도도 왜곡하지 않기 위해 작정하고 만들었다”고 말한 그의 의도대로 카메라는 솔직하고 정직하게 스크린에 전쟁의 참상을 담아냈다. 특정 인물의 부각 없이 노근리 동네 주민 모두가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시킨 이 연출 덕에 영화에는 주인공이 없다. 그저 최악의 상황에서도 인간의 본질은 ‘따뜻함’이라는 것을 들추어 낼 뿐이다. 이 점이 바로 이 영화가 이 연출의 작품임을 알 수 있는 지점일 것이다. 이 연출은 인간의 본성은 본디 따뜻한 감성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작품을 통해 묵시적으로 드러낸다. 그가 번역과 연출을 맡은 연극 '광부화가들'에서도 그의 감성과 작품의 메시지가 어떤 교집합을 확보할지 기대된다.

연극 '광부화가들'은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 리 홀의 작품으로 두 작품 모두 예술을 향한 인간의 열망을 그린다. '광부화가들'은 1934년 영국 북부의 탄광촌, 미술 수업 과정에서 그림을 그리게 된 투박한 광부들의 이야기다. 소박한 일상에 느닷없이 경험한 미술 수업. 그 일련의 과정으로 광부들은 그림을 통해 주변을 알게 되고, 나아가 자신을 찾게 된다.

예술이 특별한 누군가를 위한 전유물이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행할 수 있는 것임을 몸소 증명해낸다. 무대를 채울 배우진 역시 탄탄하다. 광부들에게 그림을 시작할 수 있는 단초 역할을 하는 강사 라이언 역엔 권해효가 캐스팅되었다. 문소리는 예술 애호가이자 후원자인 미망인 헬렌으로 오랜만에 무대에 선다. 광부와 화가 사이에서 고민하는 광부화가 올리버 역에 윤제문, 올리버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치위생사 해리 역에 이대연 등 이 연출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배우의 포진은 이번 무대가 기대되는 또 다른 이유다.

이 연출의 기존 작품을 보면 은유보다는 유머와 재치 등에서 더 큰 힘을 발휘했다. '광부화가들'에서도 특유의 재치와 가슴 찡한 감동으로 봄날만큼이나 따뜻한 드라마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연극 '광부화가들'

일시 : 5월 5~30일 평일 19시 30분 / 토 15시, 19시 30분  
        일・공휴일 15시(10・14・24일 쉼)
장소 : 명동예술극장
문의 :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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