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2 인터뷰] 뮤지컬 '미스 사이공' 주인공 이건명&김보경

  • 스포츠조선 성남=권영한 기자

입력 : 2010.05.04 14:39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킴과 크리스를 만났다. 2006년 한국 초연 이후 4년만이다. 배우 이건명은 어깨가 무겁다. 초연 당시 주인공 크리스의 친구 존 역을 맡았던 그는 이번 공연에서 크리스로 변신했다. "예전엔 그냥 내 연기만 생각했는데 이젠 티켓 판매라든가 흥행에 대한 부담이 생겼다"고 말한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엔터테이너들의 뮤지컬 '나들이'가 늘어나는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왜 저들을 데려올까. 상업성 때문인가. 그렇다면 나의 상업성은 어디까지인가'라는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그의 걱정과 달리 '미스 사이공'은 공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인터파크 공연 예매율 순위에서 1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초연 당시 킴 역을 맡아 뮤지컬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김보경은 다시 한번 베트남 여인의 아픔을 노래한다. 김보경은 "예전보다 더 나아졌다는 말을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Q:상대 킴 역 두 여배우를 비교하면? <옥주현이 이건명에게 질문>
A:혜영은 타오르는 불꽃, 보경은 꺼져가는 촛불이죠.



사랑에 빠진 연인을 연기하기란 때로 쑥스럽다. 사랑에 빠진 '킴' 김보경(왼쪽)과 '크리스' 이건명이 '선 앤 문(Sun and Moon)'을 부르는 장면을 연출했다. 반주가 나오길 기다리며 서로 옷매무새를 체크한 뒤에<사진 ①> 노래를 부르며 감정이 고조되다 키스를 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서지만<사진 ②) 갑자기 터지는 웃음에 NG를 내고 말았다.<사진 ③>

-건명 오빠와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함께 했었죠. 그때 정말 놀랐어요. 다른 주연급 배우들은 대부분 더블 캐스트였는데 오빠 혼자만 원캐스트였잖아요. 출연 분량도 굉장히 많았고. 근데도 늘 에너지가 넘쳤고 공연 내내 한번도 지친 모습을 못봤어요. 도대체 그 괴물같은 체력관리 비법이 뭐예요.(뮤지컬 배우 김소현)

▶가장 좋은 '무대 배우'는 연기력이 아니라, 컨디션 관리를 잘하는 배우라는 게 내 지론이야.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목이 쉬거나 장염에 걸려서 설사를 하면 최고의 연기를 해낼 수 없잖아. 내 인생에 '끼니를 때운다'는 표현은 없어. 끼니는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하는' 대상이지. 아침에 삼계탕도 먹고 삼겹살도 구워먹고. 늘 든든하게 먹어야돼.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자전거를 타는데, 비가 오거나 날씨가 나쁘면 실내 자전거라도 타.

-제가 20대에 가장 잘한 일은 담배를 끊은 일 같아요. 형님도 예전엔 담배를 피웠던 걸로 기억하는데.(뮤지컬 배우ㆍ가수 송용진)

▶응, 나도 중2 때부터 피웠는데. 2002년 쯤에 끊은 것 같아. 서른 막 넘어가던 시절인데, 그전까진 술, 담배 아무리 해도 끄덕없던 목이 피곤해지더라고. 지금은 담배 대신 노래를 얻은 것 같아. 예전에 나지 않던 소리도 나고.

-건명이는 나이가 꽤 있잖아. 물어보면 늘 여자친구는 있다고 말하면서, 근데 왜 아직도 결혼을 한하는지 궁금해.(뮤지컬 배우 강효성)

▶결혼 안하는 건 미국 유학 때문이에요. 공부를 하고 싶어요. 결혼하면 미국은 못 갈 것 같아요. 돈 벌러도 아니고 돈 쓰러 가는 건데 가정을 가진 사람이 한달 반도 아니고 일년 반을 돈 쓰러 나갈 순 없잖아요. 공부하는 게 꿈이었는데 꿈을 포기하기는 싫어요. 그 꿈까지만 이루고 그 다음엔 현실적인 사람으로 돌아올게요. 참, 뉴욕 가면 '미스 사이공' 오디션도 한번 보고 싶어요. 아시겠지만 투이 역은 동양인 밖에 할 수 없는 역할이니까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웃음) 한국에서 존(2006년), 크리스(2010년)까지 했으니까 뉴욕에서 투이에 캐스팅되고, 한 6년후엔 엔지니어까지 시켜달라고 조르면 아마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스 사이공'의 네 남자 역할을 모두 한 배우가 될 수도 있겠네요.(웃음)

-뉴욕은 다양한 문화가 섞여있는 세계적인 도시잖아. 공부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기회로 삼으면 좋을 것 같아. 근데 배우라는 게 늘 관객의 박수를 받다가 타국에 나가면 많이 외롭더라. 나도 그것 때문에 힘들었거든. 각오는 단단히 했겠지?(뮤지컬 배우 남경주)

▶역시 형님다운 말씀이세요. 사실 공부하러 가는 건 51%의 핑계고, 나머지 49%의 목적은 '뉴욕의 문화를 즐긴다'에 있어요. 뉴욕 가서 공부하는 게 꿈이 아니라 '뉴요커'로 살아보는 게 꿈이에요. 다양함이 인정되는 문화, 그게 뉴욕이니까. 뉴욕 문화기행에 대한 책을 쓸 계획도 갖고 있어요. 외로움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형님도 외로우셨다니 저도 그 외로움을 뼛속 깊이 느끼고 올게요. '외로움, 슬픔, 분노' 이런 밝지 않은 기운을 느끼지 못한 배우가 과연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어요. 형님의 충고를 가슴 깊이 새겨 유학 생활의 큰 나침반으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킴 역의 상대 배우가 김보경 임혜영씨 두 분이잖아요. 각각의 매력이 다를 것 같아요.(뮤지컬 배우ㆍ가수 옥주현)

▶'보경 킴'은 와인잔 같아. 소주잔으로 건배할 때 힘껏 잔을 부딪치잖아. 근데 와인잔은 소중히 다뤄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야. 안아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 여림이 있어. '혜영 킴'은 보경에 비하면 보다 적극적이야. 상대 배우에게서 전달되는 감정의 덩어리가 달라. 가령, 혜영이가 하는 노래의 어감이 "제발 날 지켜줘요"라면, 보경이의 어감은 "제발 날 지켜줄래요"처럼 느껴져. 혜영이는 막 타오르기 시작한 불꽃같고 보경이는 꺼져가는 촛불같은 느낌이지.

-'미스 사이공'에서 가장 애착 가는 장면이 어떤 건지 궁금해요.(뮤지컬 배우 홍지민)

▶제가 가장 좋아하고, 그러면서 가장 슬픈 장면은 2막의 '컨프론테이션'이라는 장면이에요. 종전 후 3년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전쟁의 상처를, 아내 엘렌에게 어쩔 수 없이 토해내듯 말하는 장면이죠. 가장 가슴 아프고 작품 안에서도 가장 극적인 상황인 것 같아요.

-형님은 정말 성격이 좋아요. 근데 가끔은 '나이스 가이 콤플렉스'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뮤지컬 배우ㆍ탤런트 신성록)

▶음, 사실이야. 남들에게 '괜찮은 놈이네'라는 소리를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면이 좀 있었어. 나쁘게 말하면 인기관리를 한다고 해야 하나. 연기라는 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긴밀하게 주고받으면서 작업을 하는 건데. 거기서 내 성질대로 모두 터트려서 갈등을 만들면 배우 생활 하기도 힘들지 않을까.


Q:두번째' 미스 사이공' 연기 힘든 점? <마이클 리가 김보경에게 질문>
A:2006년 때와는 다른 새로운 감정 찾기 쉽지않아…

-보경이는 요즘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데, 배우에겐 중요한 시기야. 배우라는 직업이 나에게 지금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본인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어.(뮤지컬 배우 남경주)

▶앗 선배님. 제가 고등학생일 때 선배님이 '렌트' 공연을 하는 걸 보면서 뮤지컬 배우가 되야겠다는 결심을 굳혔었는데. 사실 아직은 '배우란 무엇이다'라고 정의를 내리기 힘들어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주인공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봤고 욕심도 부리지 않았어요. 그저 제가 좋아서 했던 일이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늘 준비하는 배우가 되야겠다고 생각해요.

-2006년에 이어 2010년 '미스 사이공'을 다시 하게 됐는데 가장 행복하고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 언제였니.(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

▶가장 행복했던 건 마이클 리를 비롯해서 예전에 같이 '미스 사이공' 했던 스태프를 다시 만나 작업을 시작했던 첫날. 힘들었던 건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옛날 걸 그대로 할 수는 없으니까 거기서 좀 더 보태기 위해서 새로운 감정들을 찾아야 했다는 게 조금 힘들었죠.

-난 공연이 많아서 피곤해 죽겠는데 넌 어떻게 스트레스 관리하니.(뮤지컬 배우 임혜영)

▶나는 무조건 쉬는 날엔 아무데도 안 나가. 공연 중엔 되도록 주변 사람들도 안 만나려고 해. 체력이 조금 약한 편이라서 에너지가 금방 빠지는 것 같아.

-성남아트센터에서 서울 충무아트홀로 옮기기 전에 잠깐 휴식 기간이 있잖아. 그동안 뭐 할 거니?(뮤지컬 배우 이정열)

▶고향(대전)에 내려가서 가족들과 함께 있을 거예요. 마침 어버이날이 끼어 있으니까. 부모님 위해서 요리도 해드릴 거예요. 그 다음엔 서울 집에 올라와서 벽지랑 커튼 같은 것도 새롭게 하려고요. 봄이니까 새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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