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오케스트라도 곧 보실 겁니다"

  • 김남인 기자

입력 : 2010.04.26 02:58 | 수정 : 2010.04.26 03:34

정기연주 100회 맞는 서울팝스 지휘자 하성호
성악·가요 한 무대 첫 접목… 관객과 소통하는 지휘자

1970년대 중반, 미국에서 작곡을 공부하던 20대 음악가 하성호(58)씨는 보스턴팝스관현악단의 연주를 보고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었어요. 클래식과 팝이 접목된 것도 신기했지만, 산타로 분장한 지휘자가 관객석에서 뛰어나와 무대에 서더니 신나게 지휘하는 겁니다. 경직된 우리 공연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죠."

1988년 한국에 돌아온 후, 그는 적당한 무대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음대 졸업생 72명을 모아 석 달 만에 '서울팝스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하씨의 지휘 아래 서울팝스오케스트라는 그 해 9월 창단 연주회를 열었고,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몰려 표는 한 장 남김없이 팔려나갔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지휘자 하성호씨는“앞으로 30년은 더 무대에 설 것”이라며 “8년 뒤 창단 30주년에는 40개국 월드투어를 마치고, 귀국 연주회를 열고 싶다”고 했다. /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다음달 10일, 그 서울팝스오케스트라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백 번째 정기연주회를 연다. 창단 후 22년간 하성호씨는 한 번도 지휘봉을 놓은 적 없이 총 3000회 공연을 이끌었다. 2000년에는 기네스북에 '최단 기간 오케스트라 최다 연주 지휘자'로 등재됐다.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나를 '이단아' 취급했습니다. 그런데 관객들은 열광했어요. 새로운 시도에 대한 의욕이 불타올랐지요. 지휘자가 마이크를 잡고 관객과 소통한 것도 제가 처음이었어요. 1989년에는 최초로 성악가(박인수)와 대중가수(김종찬)를 한 무대에 세워 '사랑이 저만치 가네'를 부르게 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강의하던 대학에서, 박인수씨는 국립오페라단에서 쫓겨났지만…(웃음)."

그는 1992년 국악과 양악의 만남을 시도, 중앙국악악단과 서울팝스오케스트라 단원 120명을 한 무대에 세웠다. 5년 전부터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한 곡에 녹이고 있다. 이번 100회 정기연주회에 올릴 '베토벤과 조용필'이 그 예다. 조만간 '움직이는 오케스트라'도 시도해 볼 작정이다. 연주자들이 연주도 하고 춤도 추면서 관객의 흥을 돋우자는 것이다.

"시대도 관객들의 요구도 빠르게 변합니다. 그런데 기존 클래식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아요. 훌륭한 음악적 유산을 유지·발전시켜서 후대에 보존하는 박물관으로서의 역할에 머물러 있죠."

뜨거운 카리스마로 공연계에서 '하마에(마에스트로)' '하교주'로 통하는 그이지만, 공연 시장은 차갑게 식어만 가고 있다.

"IMF금융위기 전까지는 정말 좋았어요. 기업 협찬 없이도 한 회 1500~1700장이 나갔으니까. 지금은 협찬 없인 불가능해요. 경기 회복 후 그나마 남은 공연 수요도 대거 뮤지컬로 빠졌어요. 우리의 성공 후 우후죽순 팝스오케스트라들이 생겼지만, 다들 문닫을 수밖에요. 재정적 독립은 서울팝스로서도 큰 숙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