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4.22 02:38 | 수정 : 2010.04.22 16:05
장애인 미술창작 스튜디오
송파구 잠실1동 작업실서 장애인 작가 14명 '구슬땀'… 지난 6일부터 입주자 개인전
지난 16일 송파구 잠실1동 잠실주경기장 옆 스포츠종합상가에 있는 서울장애인 미술창작 스튜디오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 작가들의 창작 열기로 뜨거웠다.
264.7㎡(약 80평)의 작업실에 14명의 작가가 칸막이가 쳐진 10㎡(3평) 남짓한 공간에서 열심히 붓을 놀렸다. 전동휠체어를 탄 조혜영(50·지체장애 1급)씨는 이젤 앞에서 빨간 유화 물감을 캔버스에 유려하게 덧칠하는 작업을 했고, 김영수(56·지체장애 1급)씨는 47㎝ 길이의 붓을 입에 물고 캔버스에 화창한 봄 풍경을 펼쳐놓았다. 찡그린 듯하면서도 활짝 웃는 자신의 얼굴 사진을 노트북 화면에 띄워놓고 캔버스에 옮기던 김재호(30·뇌병변 1급)씨는 "맘껏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264.7㎡(약 80평)의 작업실에 14명의 작가가 칸막이가 쳐진 10㎡(3평) 남짓한 공간에서 열심히 붓을 놀렸다. 전동휠체어를 탄 조혜영(50·지체장애 1급)씨는 이젤 앞에서 빨간 유화 물감을 캔버스에 유려하게 덧칠하는 작업을 했고, 김영수(56·지체장애 1급)씨는 47㎝ 길이의 붓을 입에 물고 캔버스에 화창한 봄 풍경을 펼쳐놓았다. 찡그린 듯하면서도 활짝 웃는 자신의 얼굴 사진을 노트북 화면에 띄워놓고 캔버스에 옮기던 김재호(30·뇌병변 1급)씨는 "맘껏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2007년 마련한 장애인 미술창작 스튜디오의 3기 입주 작가들이다. 1년에 14명씩 입주 작가를 선정해 중복으로 입주한 작가를 빼고 지금까지 25명의 장애인 작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이들은 갤러리와 창작공간으로 꾸며진 미술창작 스튜디오에서 서로 도우며 함께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47㎝ 붓을 입에 물고 그림 그려
이곳에서 동고동락하는 장애인 미술작가들은 저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선천성 뇌병변 1급으로 말을 하려면 온 힘을 쏟아야 하는 김재호씨는 9세 때 한강에 버려진 아픈 상처가 있다. 시립아동병원에 맡겨졌다가 주몽재활원으로 옮긴 그는 그곳에서 처음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비록 몸은 불편했지만 그의 그림은 늘 밝았다.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중3 때 장애인 그림동호회인 '화사랑'에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에 몰두했다. 화가를 꿈꿨던 그는 미대를 진학하려 했지만 재활원 사정이 넉넉지 못해 포기하고, 평택에 있는 한국재활복지대 애니메이션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2년 동안 취업 준비에 매달렸지만 잘 되지 않았고 그렇게 좋아하던 그림도 접었다"는 그는 "세상의 벽은 너무 높았다"고 말했다.
◆47㎝ 붓을 입에 물고 그림 그려
이곳에서 동고동락하는 장애인 미술작가들은 저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선천성 뇌병변 1급으로 말을 하려면 온 힘을 쏟아야 하는 김재호씨는 9세 때 한강에 버려진 아픈 상처가 있다. 시립아동병원에 맡겨졌다가 주몽재활원으로 옮긴 그는 그곳에서 처음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비록 몸은 불편했지만 그의 그림은 늘 밝았다.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중3 때 장애인 그림동호회인 '화사랑'에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에 몰두했다. 화가를 꿈꿨던 그는 미대를 진학하려 했지만 재활원 사정이 넉넉지 못해 포기하고, 평택에 있는 한국재활복지대 애니메이션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2년 동안 취업 준비에 매달렸지만 잘 되지 않았고 그렇게 좋아하던 그림도 접었다"는 그는 "세상의 벽은 너무 높았다"고 말했다.

취업을 포기한 그에게 남은 것은 '그림'밖에 없었다. 그림동호회 '화사랑'에서 다시 그림을 시작한 그는 2008년 이곳에 들어와 처음으로 자신의 작업 공간을 갖게 됐다.
김영수씨는 대나무에 연결한 47㎝ 길이의 붓을 입에 물고 전동휠체어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20세 때 근육병이 발병한 그는 고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축회사에 취직했지만 병세는 깊어갔다. 그는 "점점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게 되자 직장을 그만두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병세는 점점 악화돼 그림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나면서 팔을 들어 붓을 잡기도 어려워졌다. 김씨는 "붓을 들 수도 없어 정신적으로도 황폐해졌고 결국엔 우울증까지 생겼다"며 "TV에서 입으로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리는 한 장애화가의 모습을 보고 마음을 다잡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렇게라도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나도 실험 삼아 입에 연필을 물고 선을 그어봤는데… 캔버스에 선이 그려지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어요."
1992년부터 붓을 입에 물고 구필화(口筆畵)를 시작했다. 마땅한 작업실이 없었던 그는 2007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집에서 작업하면 미술도구를 꺼내고 치우는 것 자체가 몸이 불편한 우리에게는 힘든 일"이라며 "이곳에선 서로 도우며 작업을 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격려하며 가족같이 함께 작업"
김재호씨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살아가는 입주 작가들의 모습을 '스튜디오 사람들'이라는 시로 표현했다.
'아프면 걱정을 주고/ 배고프면 사랑을 주고/ 그러다 가족이 되어가면 덩달아 가는 시간도 아쉽기만 하다/ …/ 그림이 만들어준 인연이기에/ 위대한 화가의 업적을 이루기 위해/ 비뚤어진 마음잡고/ 그렇게 오늘도 붓을 든다'.
입주 작가 대표인 임현주(51·지체장애 1급)씨는 "작가들이 서로 격려해 주고 어려움을 같이 느끼며 지낸다"며 "자기 자신의 모습을 너무 싫어하는 한 뇌병변 장애작가에게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자화상을 한번 그려보라'고 조언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캔버스에 화려한 붉은 꽃을 수놓던 조혜영씨는 "몸이 불편한 장애작가는 작업을 하며 물건을 옮기거나 할 때는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곳에 있는 작가들이 많이 도와준다"며 "매일 만나니 이제는 한가족 같다"고 말했다.
김병일(54·지체장애 3급)씨는 "작업을 하기 싫어도 옆에서 다른 작가가 열중하고 있으면 덩달아 경쟁심이 붙어서 열심히 하게 된다"며 "작업에 몰두하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새벽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서로의 아픔을 감싸 안고, 부족함을 채워주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장애인 작가들은 작년 4월에는 아산병원, 9월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6일부터는 장애인 미술창작 스튜디오 갤러리에서 입주작가 개인전을 열어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린 작품들을 7월 30일까지 시민에게 선보이고 있다.
김영수씨는 대나무에 연결한 47㎝ 길이의 붓을 입에 물고 전동휠체어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20세 때 근육병이 발병한 그는 고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축회사에 취직했지만 병세는 깊어갔다. 그는 "점점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게 되자 직장을 그만두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병세는 점점 악화돼 그림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나면서 팔을 들어 붓을 잡기도 어려워졌다. 김씨는 "붓을 들 수도 없어 정신적으로도 황폐해졌고 결국엔 우울증까지 생겼다"며 "TV에서 입으로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리는 한 장애화가의 모습을 보고 마음을 다잡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렇게라도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나도 실험 삼아 입에 연필을 물고 선을 그어봤는데… 캔버스에 선이 그려지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어요."
1992년부터 붓을 입에 물고 구필화(口筆畵)를 시작했다. 마땅한 작업실이 없었던 그는 2007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집에서 작업하면 미술도구를 꺼내고 치우는 것 자체가 몸이 불편한 우리에게는 힘든 일"이라며 "이곳에선 서로 도우며 작업을 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격려하며 가족같이 함께 작업"
김재호씨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살아가는 입주 작가들의 모습을 '스튜디오 사람들'이라는 시로 표현했다.
'아프면 걱정을 주고/ 배고프면 사랑을 주고/ 그러다 가족이 되어가면 덩달아 가는 시간도 아쉽기만 하다/ …/ 그림이 만들어준 인연이기에/ 위대한 화가의 업적을 이루기 위해/ 비뚤어진 마음잡고/ 그렇게 오늘도 붓을 든다'.
입주 작가 대표인 임현주(51·지체장애 1급)씨는 "작가들이 서로 격려해 주고 어려움을 같이 느끼며 지낸다"며 "자기 자신의 모습을 너무 싫어하는 한 뇌병변 장애작가에게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자화상을 한번 그려보라'고 조언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캔버스에 화려한 붉은 꽃을 수놓던 조혜영씨는 "몸이 불편한 장애작가는 작업을 하며 물건을 옮기거나 할 때는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곳에 있는 작가들이 많이 도와준다"며 "매일 만나니 이제는 한가족 같다"고 말했다.
김병일(54·지체장애 3급)씨는 "작업을 하기 싫어도 옆에서 다른 작가가 열중하고 있으면 덩달아 경쟁심이 붙어서 열심히 하게 된다"며 "작업에 몰두하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새벽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서로의 아픔을 감싸 안고, 부족함을 채워주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장애인 작가들은 작년 4월에는 아산병원, 9월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6일부터는 장애인 미술창작 스튜디오 갤러리에서 입주작가 개인전을 열어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린 작품들을 7월 30일까지 시민에게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