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4.21 23:23 | 수정 : 2010.04.21 23:24
내달 첫 내한하는 '古음악의 혁명가' 로저 노링턴
"낭만주의 거치며 느려진 것… 작곡 당시처럼 신나게 할뿐"
다음 달 독일 슈투트가르트 방송 교향악단과 처음 내한하는 영국의 지휘자 로저 노링턴(Norrington·76)은 '타고난 반항아'였다. 모두 베토벤의 교향곡을 중후장대(重厚長大)하게 연주하는 걸 지상과제로 삼고 있을 때, 노링턴은 거꾸로 작곡 당시의 옛 악기와 연주법을 들고 나왔다. 그는 1978년 직접 창단한 런던 클래시컬 플레이어즈를 이끌고 1980년대 들어 기름기를 제거한 육질(肉質)이나 거품을 걷어낸 카푸치노 커피처럼 산뜻하고 날렵하게 베토벤 교향곡을 조리해냈다. 눈 감은 채 베를린 필하모닉의 지휘봉을 휘두르던 카라얀의 모습과 비교하면 분명 신선한 파격이요, 당당한 도전이었다. 전화 인터뷰에서 노링턴은 "몬테베르디 같은 고(古)음악에서 출발해서 헨델과 바흐 등 바로크 시기를 거쳐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고전파 음악까지 차례로 옛 악기로 연주하고 있었다. 당연히 베토벤의 차례가 왔고 우리는 빠르기와 악기 소리, 악단의 자리 배치까지 모든 걸 꼼꼼하게 재검토하고 나서 그 결과에 만족했다"고 했다.

놀라웠던 건 악기만이 아니었다. 과속 단속이 없는 고속도로에 올라탄 것처럼, 그의 베토벤 교향곡은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었다. 지나칠 만큼 빨랐던 베토벤 연주에 대해 묻자 노링턴은 웃으며 "베토벤이 그걸 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엔 빠르게 연주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때로는 정신 나간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막상 해보니 너무나 신났지요.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베토벤 교향곡은 낭만주의를 거치면서 원래보다 훨씬 느리고 장중해진 것이에요." 그는 "작곡 당시의 음악으로 돌아가는 건 작은 것이 아름답고 소박한 삶을 동경하며, 녹색 운동이 벌어지는 지금의 시대정신과도 잘 맞는다"고 했다.
고(古)음악의 혁명가도 어느새 76세가 되었다. 다른 지휘자라면 타협과 공존을 모색할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싸움을 걸고 논쟁을 만들어낸다. 최근 브람스와 차이콥스키, 말러와 브루크너 등 낭만주의 음악을 녹음하면서 노링턴은 현악의 가녀린 떨림을 통해 소리의 울림을 빚어내는 비브라토(vibrato)를 거의 쓰지 않고 연주해 고정관념을 뒤흔들면서 격렬한 찬반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내한무대에서도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다니엘 호프)과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에서 사뭇 다른 접근 방법을 예고하고 있다.
"사실은 베토벤과 브람스·말러의 시대는 물론 1920년대까지도 미국·러시아·프랑스, 심지어 일본에서도 비브라토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어요. 할리우드 영화와 재즈, 라디오 방송이라는 새로운 20세기를 맞으면서 클래식 연주법에서도 새로운 유행이 탄생한 것이지요."
설령 이런 주장이 맞더라도, 여전히 한편으로는 생경하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노링턴은 경쾌한 목소리 톤과 짙은 영국식 영어 억양으로 "논쟁적일지는 몰라도,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건 진실"이라고 말했다.
▶로저 노링턴과 독일 슈투트가르트 방송 교향악단 내한공연, 5월 6일 오후 8시 성남아트센터, (031)783-8000
고(古)음악의 혁명가도 어느새 76세가 되었다. 다른 지휘자라면 타협과 공존을 모색할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싸움을 걸고 논쟁을 만들어낸다. 최근 브람스와 차이콥스키, 말러와 브루크너 등 낭만주의 음악을 녹음하면서 노링턴은 현악의 가녀린 떨림을 통해 소리의 울림을 빚어내는 비브라토(vibrato)를 거의 쓰지 않고 연주해 고정관념을 뒤흔들면서 격렬한 찬반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내한무대에서도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다니엘 호프)과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에서 사뭇 다른 접근 방법을 예고하고 있다.
"사실은 베토벤과 브람스·말러의 시대는 물론 1920년대까지도 미국·러시아·프랑스, 심지어 일본에서도 비브라토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어요. 할리우드 영화와 재즈, 라디오 방송이라는 새로운 20세기를 맞으면서 클래식 연주법에서도 새로운 유행이 탄생한 것이지요."
설령 이런 주장이 맞더라도, 여전히 한편으로는 생경하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노링턴은 경쾌한 목소리 톤과 짙은 영국식 영어 억양으로 "논쟁적일지는 몰라도,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건 진실"이라고 말했다.
▶로저 노링턴과 독일 슈투트가르트 방송 교향악단 내한공연, 5월 6일 오후 8시 성남아트센터, (031)783-8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