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을 나눕시다] 거장 요요마의 '깜짝 첼로 연주'… 학생들 "판타스틱"

  • 전현석 기자

입력 : 2010.04.19 03:01 | 수정 : 2010.04.19 03:04

부산 소년의 집 관현악단 초청 단원들에 리허설 보여주기도…
각국 공연 때마다 음악봉사

18일 낮 12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출연자 대기실에서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馬友友·55)와 부산 소년의 집 관현악단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만났다. 이날 이곳에서 '실크로드 앙상블' 공연을 하는 요요마가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초청해 마련한 자리였다.

요요마는 한 고등학생 단원에게 "첼로를 줘보라"고 하더니 즉석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1번 전주곡(prelude)을 연주했다. 요요마 주변에 옹기종기 앉아있던 중·고교생 단원 38명은 예정에 없던 대가(大家)의 연주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연주가 끝나자 아이들은 "우와~" "판타스틱(fantastic)"이라고 외치며 박수를 쳤다.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는 재단법인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는 소년의 집 중·고교생들로 구성됐다. 1979년 미사 반주를 하는 합주단으로 출발했지만 기량이 갈수록 좋아져 최근에는 각종 전국 경연대회를 휩쓸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뉴욕의 세계적인 공연 무대인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요요마는 세계 공연을 다니며 각국의 어린이·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음악 봉사활동을 해 왔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열심히 연습해 카네기홀에서 공연까지 했다니 정말 대단하다"며 "단원들을 실제로 만나보고 싶었다"고 했다.

18일 낮 12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출연자 대기실에서 세계적 첼리스트 요요마(사진 왼쪽)가 부산 소년의 집‘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단원들 앞에서 첼로를 연주해 보이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이날 관현악단의 첼로 연주자 5명은 영화 '스팅'의 삽입곡인 '엔터테이너'를 연주하며 요요마를 맞았다. 요요마는 "3일 연습을 하고 이 정도 연주 실력을 보이다니 놀랍다"고 했다. 요요마는 아이들과 함께 진도 아리랑을 따라 부르고 간단한 질의 응답시간도 가졌다. "왜 첼로를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요요 마는 "4살 때 악기를 시작했는데 그때 콘트라베이스는 너무 커서 대신 그보다 작은 첼로를 택했다"고 답했고 모두들 함께 웃었다.

요요마는 콘서트홀로 자리를 옮겨 아이들에게 리허설 장면을 선보였다. 단원들을 불러 동·서양 전통 악기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기도 했다.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의 김모(17)군은 "요요마를 실제로 만나서 직접 연주까지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대가의 음악이란 게 이런 거구나 깨달았다"고 했다. 요요마는 "아이들의 연주 실력과 열정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