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미술토크] 가족을 그린 그림들

  • 글·컨텐츠·사진 제공_서정욱

입력 : 2010.04.14 15:33

오늘의 주제는 가족입니다.

힘들 땐 조건 없이 모든 것을 희생해 도와줄 수 있는 가족.
작은 일에도 같이 기뻐해 줄 수 있는 가족.

오늘은 가족을 소재로 그린 그림 세 점을 소개할까 합니다. 작품의 느낌, 작가의 의도, 그때의 사회상 모두 다른 그림들입니다.

첫 번째 가족입니다. 1800년 스페인 왕족 카를로스 4세와 그의 가족들의 초상화입니다.

사진제공=서정욱
번쩍번쩍한 보석과 휘장과 여러 개의 훈장, 화려한 드레스와 포즈까지 왕족의 초상화답습니다. 이 그림은 수석 궁정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그림으로 이 왕족의 마음에 쏙 들었던 초상화였습니다. 그런데 그림 속 가족들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왤까요? 고야는 이 그림으로 왕실의 실태를 풍자 하고 있습니다. 왕실의 부패와 허영, 무능을 간접적으로 그림에 담았던 거죠.

사실 당시 국가의 실질 권력자는 왕비였다고 합니다. 카를로스 4세는 국가운영에 관심이 없었고, 대신 왕비가 실세를 갖고 권력을 쥐락펴락 하고 있었죠. 옆으로 얼굴을 돌린 여성, 외면하는 여인 등 이 그림은 왕실의 초상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들을 보면, 가족의 단란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단지 화려함으로  치장되어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뭐 주인공인 가족들이 그림을 마음에 들어 했고, 고야가 이 그림으로 인해 큰 화를 당하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두 번째 가족입니다. 페르낭 레제의 작품 '여가-루이 다비드에게 표하는 경의'입니다.

큐비즘의 대표적 화가이기도 한 레제의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도 왔었죠. 이 그림엔 여섯 명의 가족이 등장하는군요. 수영복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도 보이고 자전거도 등장합니다. 이 그림도 시대의 사회상과 정치적인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에서 그것이 읽혀지십니까? 요즘 사람들에게는 휴일과 여가라는 개념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휴가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레제는 그때 공산당원 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주장을 그림으로 표현했던 것이죠.

참고로 제목을 “루이 다비드에게 표하는 경의”라고 붙인 이유는 자크 루이 다비드를 존경했던 페르낭 레제가 다비드가 그린 '마라의 죽음'을 인용하여, 그림 속 여인의 포즈와 손의 모양 그리고 들고 있는 종이까지 표현해 놓아서입니다.

세 번째 가족입니다.

중국의 현대미술작가 장샤오강의 1995년 작품 '대가족'입니다. 과거 낡은 흑백 사진과 같은 느낌을 주는 이 가족은 어머니와 두 남매를 그리고 있습니다. 멍한 시선에서 뭔가 암울하고 내적인 슬픔과 불안함이 풍겨지지 않으십니까?  이 그림 또한 사회상을 담고 있습니다. 장샤오강은 혈연으로 맺어져 있는 가족의 모습을 붉은 선을 통해 그려내고 있습니다. 장사오강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혈연은 끊어질 수 없지만 가족들은 해체될 수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 환경의 속도를 사람들의 기억은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옛 기억은 흐려지고 새로운 기억이 생겨난다"

마치 철학자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멍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장샤오강 그림속의 가족들은 몹시 쓸쓸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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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영상 제공 : 서정욱 갤러리 대표 서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