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천] [이 사람] 인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첸주오황씨

  • 이신영 기자

입력 : 2010.04.13 03:01

"인천과 중국 문화 교류의 교량 역할할 것"
21일 북경서 아리랑 공연 "클래식은 세계 공통언어"
중국 최초의 음악박사… 30개국 지휘자로 명성

인천시립교향악단이 21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국가대극원(國家大劇院)에서 콘서트를 연다. 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인 첸주오황(陳佐湟·63)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인천시향이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인정받으려면 더 큰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공연을 결정했다"며 "지난 3년반 동안 시립교향악단의 연주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대륙에 '아리랑'이 울려퍼지게 할 겁니다. 중국 사람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운 고유 음악을 클래식으로 들려주면 중국 사람들도 한국의 멋에 놀라워할 것입니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은 아리랑 외에 한국인 작곡가가 작곡한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과 차이코프스키, 쇼스타코비치의 곡을 들려줄 계획이다. 국가대극원은 오페라극장·음악홀·연극극장을 포함해 총 5373석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시설의 공연장이다. 지난해 지휘자 정명훈씨가 이끄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펼쳤지만, 순수 한국인 단원만으로 구성된 연주는 이번 인천시향이 처음이다. 2007년 문을 연 국가대극원은 지금까지 뉴욕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등 세계 유명 교향악단이 잇달아 공연했으며 한해 평균 900회 이상 공연이 이뤄지고 있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공연장에서 첸주오황 인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리허설 지휘를 하고 있다. / 인천시립교향악단 제공
4년 전에 인천시립교향악단을 맡은 첸주오황씨는 이 선택이 자신에겐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했다.

"한국에 와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반신반의했지요. 2년 넘게 교향악단 지휘자가 공석이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또 40년의 역사를 지닌 교향악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지리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문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악단을 맡겠다고 결심했지요."

그는 인천시립교향악단을 맡은 뒤 매년 50회 이상 공연을 펼쳤으며 수시로 미국·유럽을 돌아다니며 가곡과 오페라 연주 등 기존 교향악단의 틀을 깨는 연주로 인정을 받아왔다. 그가 처음 접한 인천시립교향악단은 기대 수준에 못 미쳤다고 했다. 그는 한달에 열흘 정도 인천의 한 호텔에 묵으며 교향악단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첸주오황씨는 "처음엔 연주자들이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지 못한 채 따로따로 연주했다"면서 "연주 리허설을 기존의 4회에서 6회, 때로는 8회까지 대폭 늘렸다"고 했다. 일부 단원들이 힘들다고 토로했지만 그는 "국제적인 교향악단은 앙상블이 중요하다"며 단원들을 연습에 매진시켰다.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첸주오황씨는 중국 최초로 음악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어릴 때 우연하게 접한 클래식 음악을 듣고 '평생 내가 가야 할 길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음악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1987년 중국 센트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디트로이트 등 24개 도시 투어를 비롯, 세계 30개국의 객원 지휘자로 명성을 날렸다. 인천시립교향악단에 오기 전까지는 상하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지냈다.

그는 클래식 음악에 대해 "갈수록 디지털화되어 가는 세태 속에서 클래식 음악은 영혼을 울리는 힘이 있기 때문에 사람에게 꿈과 사랑을 심어준다"며 "클래식은 세계인의 공통언어"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에서 '클래식 전도사'로도 활동 중이다. 작년엔 '사랑'과 '자연'을 테마로 한 청소년음악회를 2번 열었다. 또 1년에 10차례 넘게 인천 지역의 고등학교나 사찰·복지시설 등을 방문해 일반시민을 위해 '찾아가는 음악회'도 가졌다. 그는 "클래식은 세계의 공통언어인 만큼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며 "어린이나 청소년을 가르쳐 클래식 연주자로 키워야 한다"고 했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은 조만간 오디션을 통해 뽑는 청소년 클래식 연주자와 협연을 통해 이달 말 '청소년 협주곡의 밤'을 열 예정이다.

그는 인천에 대해서도 애정을 표시했다. "인천은 문화에 대한 열정이 있어요. 앞으로 문화 도시로 클 잠재력이 큽니다. 저 또한 인천에 머무는 시간을 더 가지면서 '인천시민'의 삶을 더 살아봐야겠죠?"

자신을 '하드 워커(Hard worker·일에 충실한 사람)'라고 소개한 그는 최근 국가대극원의 공연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아트 디렉터' 직책을 맡게 됐다. "앞으로 중국과 인천이 긴밀하게 문화 교류를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인천을 동북아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