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4.09 09:57
"7년째 맡은 마리아는 베개같은 존재"
1981년 4월 1일. 스무살 강효성은 오디션을 보고 시립가무단(현 서울시뮤지컬단)에 들어갔다. 첫 월급은 13만원. 대학을 포기하고 맞바꾼 돈이었다. 어머니는 그 돈을 다시 쌀과 연탄으로 맞바꿨다.
30년 뒤인 2010년 4월 1일 저녁 서울 명보아트홀에선 작은 행사가 열렸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의 주인공 강효성의 뮤지컬 배우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다.
200여명의 팬을 비롯해 강효성과 인연을 맺어온 연출자, 작가, 음악감독, 배우들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공연 시작 전 만난 강효성은 '왜 뮤지컬 배우가 됐냐'는 질문에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밤 10시가 넘어 공연이 끝났다. 강효성은 그동안 감사했던 몇몇 지인들을 무대로 불러 손수 준비한 깜짝 선물을 건넸다.
눈길을 끄는 손님이 있었다. 배우 겸 가수 윤복희다. 2004~2008년까지 마리아 엄마와 소경 역할을 맡아 강효성과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강효성은 윤복희에게 노래 '여러분'을 청했다. 즉석에서 이뤄진 두 배우의 열창에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간담회 자리에서 만난 '마리아 마리아'의 제작진은 강효성의 배우다움에 존경을 표시했다. 예수 역할을 맡아 '마리아 마리아'를 함께 공연하기도 했던 박상우 연출은 "30년 경력을 갖고 있지만 그의 경력은 앞으로 30년이 더 남아있다"고 자신했다.
'마리아 마리아'의 극본을 쓴 유혜정 작가는 "초연 당시를 떠올려보면 무대 위의 마리아를 질투했다. 분명 내 상상력으로 만든 마리아인데, 이미 무대 위의 강효성씨에게 내 마리아를 빼앗긴 기분이었다"며 "공연을 끝나고 내려오면 온 몸이 땀에 젖어 김이 모락모락났는데도 그 눈빛만은 반짝반짝 빛나고 행복해 보였다. 7년동안 마리아로 살아준 강효성씨께 감사하고 한편으로 부럽다"고 말했다.
'마리아 마리아'를 무대에 올린 조아뮤지컬컴퍼니의 강현철 대표는 "초연 당시 강효성씨가 '노 페이(no pay)' 선언을 해 준 덕분에 공연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맹장이 터졌을 때 밖에 끝까지 공연을 하면서 밖에 구급차를 기다리게 한 일화나 청각장애인들의 단체관람이 잡혔을 때 밤새 수화 연습을 했던 강효성 선배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강효성은 2003년 초연 이후 7년째 주인공 마리아의 자리를 지켜왔다. 올해 공연은 5월 16일까지다. 강효성은 이번 공연을 끝으로 '마리아 마리아'를 떠난다. 내년 유학을 결정했다.
"배우로서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강효성은 '마리아 마리아'를 자신의 "베개같은 존재"라고 정의했다. "사람이 자기 자신과 가장 깊은 대화를 나누고 깊은 생각을 할 때 잠자기 직전이잖아요. 베개는 제 눈물을 받아주고, 혼자 떠드는 말을 들어주는 존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리아 마리아'는 제게 베개입니다."
마리아 역과는 작별이지만, '마지막'이라는 단어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저는 그만두지만 마리아는 영원합니다. 제 딸도 뮤지컬 배우를 꿈꾸고 있는데 모녀가 약속을 했어요. 열심히 해서 제 딸이 마리아가 되면 제가 엄마 역할로 나와주겠다고 약속을 했죠.(웃음)"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