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와 몽룡이… 하루 두번 '첫날밤'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04.07 23:18

가무악 '미소' 2회씩 공연키로

춘향과 몽룡의 춤은 느리고 서정적이다. 기교를 뽐내기보다 감정을 포착하며 일렁인다. 둘이 만나는 물가 장면의 영상은 그윽하다. 빗방울이 떨어지면 무대 바닥에 파문이 번진다. 국악기들은 그 떨림을 부지런히 소리로 옮긴다. 어느 순간 파문은 꽃으로 피어난다. 부풀어오르는 튀밥 같다.

서울 정동극장의 가무악(歌舞樂) '미소(MISO·美笑)'는 이렇게 출발한다. '미소'는 정동극장에서 1997년부터 14년간 3175회를 달려오며 55만 관객을 모은 전통예술무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이달부터는 이야기와 형식을 대폭 손질한 상설공연이 돼 하루 2회 관객을 만난다. 관객은 90%가 외국인이다.

가무악‘미소’에서 단옷날 장면. / 정동극장 제공
무대는 춘향과 몽룡이 만나는 단옷날로 열려 사랑가를 부르는 결혼 장면으로 닫힌다. 월매가 창(唱)으로 춘향의 마음을 전하고 나머지는 한국무용과 국악 연주로 채운다. 무대 디자인은 시골 정자를 닮아 극장과 어울린다. 널따란 대청마루와 창호지를 댄 여닫이 문이 그윽하다. 문짝을 들고나와 추는 춤, 첫날밤(?)을 훔쳐보다 들키는 장면도 재미있다. 춘향이 타는 그네는 객석 앞쪽 3~4열 위로 날아온다.

최정임 정동극장장은 "이야기를 단단하게 뭉치기 위해 춘향의 사랑을 소재로 쓰면서 변학도의 존재감을 키웠다"며 "외국인 관객을 위해 우리 세시풍속(歲時風俗)도 많이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대금·피리·가야금·아쟁 등의 기악과 사물놀이가 흥을 돋우고 12발(18m) 상모돌리기도 볼 수 있다. 관객이 참여하는 버나 돌리기 순서도 마련된다. 극장 로비도 한옥 분위기로 꾸몄다.

▶서울 정동극장에서 오후 4시·8시 하루 2회 공연. (02)751-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