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개척하는 심정… 공장촌을 예술촌으로"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03.28 23:25 | 수정 : 2010.03.28 23:25

대학로 떠나 '구로시대' 여는 오광수 예술위원장
"빈 공장 많고 임대료 싸 제2의 대학로 가능할 것…
문예진흥기금 1조원 목표"

오광수 위원장은“대학로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 서남부 지역에 새 문화거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1976년 이래 서울 대학로에 터를 잡았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4월 6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으로 옮겨간다. 예술위 건물과 문예회관(현재 아르코예술극장)을 중심으로 대학로 연극동네가 형성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술위의 구로 이전은 단순한 행정기관 이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든 보금자리를 떠나 아쉽지만 서부를 개척하는 심정이다. 대학로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 서남부 지역에 새 문화거점을 만들겠다. 과거 구로의 이미지를 걷어내는 문화재생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사용해온 예술위 본관 건물은 '예술가의 집'으로 예술인들에게 돌려주겠다."

지난 22일 집무실에서 만난 오광수(72·미술평론가) 예술위원장은 새로 열리는 '구로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신도림역 앞 주차장 자리에 들어서는 예술위 새 청사는 구로아트밸리 공연장, 문래예술공장 등과 함께 서울 서남권의 공장지대를 예술지구로 변모시키는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오 위원장은 "구로는 새 상징이 된 디지털(IT), 활용도가 높은 빈 공장건물, 상대적으로 싼 임대료, 다문화적인 환경 등을 융합해 현장밀착형 다원예술을 창작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했다.

"구로에 '제2의 대학로' 같은 소극장 밀집지대가 생길 수도 있다. 예술위는 소극장·연습실을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을 검토 중이고, 공급과잉의 대학로를 떠나는 예술가들을 위해 지원금도 줄 계획이다."

예술위는 최근 '한 지붕 두 기관장' 사태로 달갑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오광수 위원장은 "예술계의 망신"이라면서 "예술위 기구 축소·재편, 구로 이전 등 중요한 전환점을 앞두고 그런 일이 터져 더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창작을 지원하고 예술 인프라를 구축하는 본연의 임무에 더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예술위가 올해 새로 추진하는 역점사업은 책임심의위원제와 문화협력관제가 대표적이다. 지원 심의에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책임심의위원제는 7개 분야별로 전문가 5명이 기금사업에 대한 상담과 심의를 진행한다. 이들의 심의과정은 공개되고 결과에 책임을 묻게 된다. 문화협력관제는 예술행정 노하우를 지자체 및 지역 문화재단 등과 효과적으로 나눠 서울 중심의 정책을 극복하고 중앙과 지역의 문화격차를 줄이자는 취지다. 올 상반기에 부산·광주·대전에 문화협력관을 한 명씩 파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3720억원 정도이지만 해마다 300억~400억원씩 줄고 있는 문예진흥기금은 예술위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오광수 위원장은 "올해부터 경륜·경정 수익금에서 130억원가량을 기금으로 받게 되고 상반기 중 예술위가 갖고 있는 뉴서울CC(약 4000억~5000억원)를 매각할 계획이며, 실명 기부금제 도입 등을 통해 기부금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문예진흥기금을 지원하면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지 못할 때 안타까웠다"면서 "기금을 조속히 늘려 2015년까지 1조원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