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3.21 23:32
[리뷰] 막 오른 '통영국제음악제'
지난 19일 경남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 올해 제9회 통영국제음악제의 개막작인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작곡 글루크)의 막이 오르자 무대 양편으로 한국의 전통 상복(喪服)을 입은 합창단이 길게 늘어섰다. 그리스 고전 비극의 합창단 배치를 살리면서도 좁은 무대를 폭넓게 활용하려는 구도였다. 아내를 잃고 절규하는 오르페오 역의 카운터테너 이동규 역시 상복 차림으로 합창단 사이에서 걸어나와 해맑은 톤으로 반려(伴侶)를 잃은 슬픔을 토했다. 연출을 맡은 이소영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동서양 고전의 만남을 통해 바로크 오페라를 새롭게 채색해내면서 해원(解寃)을 부각시켰다.
씻김의 의미는 물을 무대 전면에 사용한 3막에서 더욱 강하게 드러났다. 아내 에우리디체는 남편의 진심을 믿지 못하고, 결국 오르페오가 아내의 얼굴을 뒤돌아보면서 부부가 다시 이별해야 하는 3막에서 눈가리개 같은 소품을 활용한 착상도 빛났다. 하지만 플루트가 고이 노래하는 '정령(精靈)의 춤'에서 상의를 벗은 남성 무용수가 홀로 춤추는 대목은 감정 과잉과 상투적 해석에 빠질 위험이 컸고, 극을 이끌고 가는 사회자에 해당하는 아모레 역을 소년의 움직임과 카운터테너의 목소리로 이중구분한 것도 크게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씻김의 의미는 물을 무대 전면에 사용한 3막에서 더욱 강하게 드러났다. 아내 에우리디체는 남편의 진심을 믿지 못하고, 결국 오르페오가 아내의 얼굴을 뒤돌아보면서 부부가 다시 이별해야 하는 3막에서 눈가리개 같은 소품을 활용한 착상도 빛났다. 하지만 플루트가 고이 노래하는 '정령(精靈)의 춤'에서 상의를 벗은 남성 무용수가 홀로 춤추는 대목은 감정 과잉과 상투적 해석에 빠질 위험이 컸고, 극을 이끌고 가는 사회자에 해당하는 아모레 역을 소년의 움직임과 카운터테너의 목소리로 이중구분한 것도 크게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는 훈련을 통해 여성의 음역(音域)에 이르는 남성 가수인 카운터테너(countertenor)의 비교체험 기회이기도 했다.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에서 주인공 오르페오 역을 맡은 이동규는 극 초반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이나 음정에서 다소 불안감이 있었지만, 오페라의 정점에 해당하는 아리아 '에우리디체 없이 어떻게 사나'에서는 애끊는 절규를 토했다.
다음날인 20일에는 독일 출신의 정상급 카운터테너인 안드레아스 숄(Scholl)이 무대를 이어받았다. 숄은 첫 곡인 퍼셀(Purcell)의 '잠시 동안의 음악(Music for a while)'을 부르기 직전, 공연장의 환기 장치 소리를 꺼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하프시코드 연주를 맡은 타마르 핼퍼린(Halperin)이 즉흥연주를 이어가면서 연주회는 말 그대로 '잠시 동안의 음악'이 됐다. 이 첫 곡에서 숄은 '떨어진다(drop)'는 가사를 실제 떨어지기라도 하듯이, 각기 다른 뉘앙스로 8차례나 불러냈다. 극도의 정성으로 가사를 다루는 장인(匠人)의 솜씨가 이 대목에서 드러났다. 그 뒤 즉석에서 후렴구 따라 부르기를 요청하고 관객은 박수로 화답하는 따뜻한 풍경을 연출했다.
연이틀 카운터테너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올해 음악제는 이색적으로 출발했지만, 애초 이 음악제가 현대음악제를 연원(淵源)으로 했던 것을 감안하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올해 음악제는 음악과 다른 예술 장르의 만남을 뜻하는 '뮤직 플러스(Music+)'를 주제로 25일까지 계속된다.
다음날인 20일에는 독일 출신의 정상급 카운터테너인 안드레아스 숄(Scholl)이 무대를 이어받았다. 숄은 첫 곡인 퍼셀(Purcell)의 '잠시 동안의 음악(Music for a while)'을 부르기 직전, 공연장의 환기 장치 소리를 꺼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하프시코드 연주를 맡은 타마르 핼퍼린(Halperin)이 즉흥연주를 이어가면서 연주회는 말 그대로 '잠시 동안의 음악'이 됐다. 이 첫 곡에서 숄은 '떨어진다(drop)'는 가사를 실제 떨어지기라도 하듯이, 각기 다른 뉘앙스로 8차례나 불러냈다. 극도의 정성으로 가사를 다루는 장인(匠人)의 솜씨가 이 대목에서 드러났다. 그 뒤 즉석에서 후렴구 따라 부르기를 요청하고 관객은 박수로 화답하는 따뜻한 풍경을 연출했다.
연이틀 카운터테너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올해 음악제는 이색적으로 출발했지만, 애초 이 음악제가 현대음악제를 연원(淵源)으로 했던 것을 감안하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올해 음악제는 음악과 다른 예술 장르의 만남을 뜻하는 '뮤직 플러스(Music+)'를 주제로 25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