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 털어 안(安)의사 기리는 3인(人)

  • 김상민 기자

입력 : 2010.03.18 05:26

이기균·김인혜·동경채씨, 순국 100주년 되는 26일 오페라 '안중근' 공연
2001년 무대 오른 뒤 재정난으로 공연 못해
"다시 해보자"며 뭉쳐 갈라콘서트 형식으로 진행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이 되는 오는 26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페라 '안중근 갈라콘서트'가 공연된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수감 중 그 이듬해 3월 26일 순국했다.

이 공연은 이기균(51) 경성대 음악학부 교수와 김인혜(48) 서울대 성악과 교수, 공연기획사 '더뮤직 코리아컬쳐' 동경채(50) 대표 3명이 사재를 털고 힘을 모아 어렵게 마련했다.

"음악으로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현대판 독립투사라고나 할까요. 하하."

이들은 공연 열흘을 앞둔 16일 오후 서울대 음대 연주실에 모여 공연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공연 지휘자인 이 교수는 검은 연미복을 차려입고 "권총 대신 지휘봉을 들었다"며 웃었다. 안중근 의사 부인 김아려 역을 맡은 김 교수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공연기획자인 동 대표는 빈틈없는 공연 시나리오를 살폈다. 이들은 "조국의 독립과 세계 평화를 외쳤던 안중근 의사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오페라‘안중근 갈라콘서트’공연을 마련한 이기균 경성대 교수, 김인혜 서울대 음대 교수, 동경채 더뮤직코리아컬쳐 대표(왼쪽부터)가 16일 서울대 음대 김 교수 연수실에 모여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고려오페라단의 오페라 '안중근'이 무대에 오르는 건 2001년 이후 9년 만이다. 1995년과 2001년 오페라 '안중근'을 주관했던 고려오페라단의 재정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공연이 중단됐지만, 2대 단장을 맡은 이 교수가 2008년 "다시 해보자"며 동 대표와 김 교수에게 손을 내밀면서 공연이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1995년 공연부터 지금까지 20여회 안중근 의사 부인 역할을 맡아온 김 교수는 "남편을 향한 부인의 애틋한 감정에 연습할 때마다 눈물을 글썽인다"고 말했다. 1995년 처음 '안중근' 공연을 보고 감동했던 이 교수는 "안중근 의사가 없었으면 오늘의 김연아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 했다. 동 대표도 "이 교수와 김 교수를 만나고 나서 1995년 공연을 동영상으로 처음 봤는데 감동을 받아 사재라도 털어서라도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3000만원을 댔고, 김 교수는 출연료 없이 나오기로 했다. 동 대표 역시 하루에 수백만원인 공연기획 대행비를 한 푼도 받지 않기로 했다. 연주를 하는 '더뮤직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100주기 공연을 위해 출연료를 절반만 받기로 했다. 오페라 '안중근'은 원래 약 60곡이 포함된 2시간 10분짜리 공연이지만, 이번에는 핵심 노래 15곡을 추려 50분으로 압축한 갈라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오페라가 시작되기 전에 안숙선 명창이 안중근 열사가를 부르며 독립정신을 기린다. 안중근 역은 박현재(44) 서울대 성악과 교수가 맡았다. 모두 60여명이 오페라에 출연하고 65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음악을 연주한다.

공연을 준비한 사람들이나 공연을 하는 예술인들 모두 한마음이 됐다. 이들의 꿈은 오페라 '안중근'을 일본과 북한, 중국, 미국 등 전 세계에서 공연해, 안 의사의 '세계 평화' 정신이 세계에 울려퍼지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