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랑 연애하는 남자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0.03.17 23:42 | 수정 : 2010.03.17 23:54

알렉상드르 타로 내한
쓰다듬고, 껴안고, 향기 맡고, 이름 부르고…

오는 21일부터 내한공연을 갖는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Tharaud·42)에게 피아노란 흡사 연인과도 같다. 그는 스스럼없이 "연주 전에 악기를 쓰다듬고 껴안으며 향까지 맡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알렉산더 대왕의 애마(愛馬) 이름을 따서 '부세팔루스'라고 부르면서 애지중지하던 자신의 피아노는 정작 10여년 전에 팔아버렸다. 지금은 파리의 친구나 지인 집을 오가면서 연습한다. 전화 인터뷰에서 타로는 "연인도 적절한 거리를 두면 더욱 그리워지는 법"이라고 말했다.

장 필립 라모와 쿠프랭 같은 프랑스 바로크 작곡가를 비롯해 라벨과 쇼팽 등 숱한 음반을 녹음한 타로는 녹음을 1주일가량 앞두고선 일부러 피아노를 연주하지 않는다. 그는 "피아노를 향한 애착이나 의욕에 다시 불을 붙이는 방법"이라고 했다.

우아하면서도 감각적인 프랑스 음악의 색채를 전달하는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 /LG아트센터 제공
타로는 오페라 가수이자 연출가인 아버지와 고전무용을 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5세 때부터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배웠다. 그래서일까. 우아하면서도 지극히 감각적인 그의 음악을 듣다 보면 건반은 무대이고, 손가락은 마치 무용수의 발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무용수가 온몸으로 중력과 맞서듯 피아니스트 타로는 10개의 손가락이 지닌 표현력의 극한과 맞부딪친다.

그는 "어릴 적부터 춤추는 어머니의 모습을 자주 보고 자라면서 발의 움직임이 피아니스트의 손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진으로 많이 찍었고 음반 표지에 싣기도 했다"고 말했다.

21일 통영국제음악제에서 타로는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쇼팽의 피아노 곡을 연주하고, 23일 LG아트센터에서는 프랑스 첼리스트 장 기엔 케라스와 함께 드뷔시와 풀랑크의 첼로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