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3.11 13:43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 NCO

1996년 마리스 얀손스와의 첫 내한 공연으로 국내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던 노르웨이의 한 피아니스트는 이제 내로라하는 거장이 되어 정기적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다. 베르겐 항구의 짙푸른 바닷빛만큼이나 투명한 안스네스의 톤은 일견 무색무취한 것으로 느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시린 빛을 머금은 노르웨이 해의 기저에 흐르는 난류처럼 그 음악의 내면을 자세히 응시하다보면 차가움 속에 깃든 따스한 날숨이 전해져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동안 그리그의 서정 모음곡에 목말라 있을 때 길렐스의 연주는 세상에서 가장 탁월한 연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뒤늦게 만난 안스네스의 연주에서 탁월함만으로는 무언가 설명이 부족한 아련한 그리움을 느낀 건 나만의 경험은 아니었을 것이다. 최근의 명성에 걸맞게 그가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음악적 도전의 기반엔 분명 노르웨이와 그리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음악계의 이단아 프랑수아 르네 뒤샤블 혹은 랭보의 시 구절 ‘알프스 위의 피아노’를 연상케 했던 하르당게르 고원 위로의 피아노 공수는 그의 음악적 기반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북유럽의 에스닉한 매력을 도처에 드러내기도 했다.
한동안 슈베르트에 천착하기도 하고 현대음악의 침묵성에 집중하던 안스네스가 끊임없이 도달하고자 한 영역은 아마도 ‘조화’가 아니었을까. 노르웨이의 리소르 실내악 페스티벌에서 다양한 실내악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에게 수많은 협력과 조화를 요구하는 지휘자와 협연자의 몫은 어쩌면 예정된 행보였을지도 모른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노르웨이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2003/2004 시즌부터 안스네스를 객원 지휘자로 초빙해 활동하는데, 그해 내한해 들려준 모차르트와 바흐의 협주곡들은 그가 펼쳐내는 정화된 음악 세계를 느껴보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이후 발표한 2개의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음반 역시 노르웨이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섬세하면서도 견고한 음색과 안스네스의 감각적인 톤이 어우러져 강한 개성을 느껴볼 수 있었다. 특히 안스네스는 이 고전 협주곡들에서 주로 자신의 카덴차를 즐겨 사용하는데 혁신적이라고 할 만큼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스케일 파트와 기교를 혼합해 매우 진보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한다.
안스네스가 이달 서울과 통영에서 두 차례에 걸쳐 들려주는 레퍼토리의 핵심에는 그가 긴 시간 꾸준히 집중했던 모차르트의 협주곡들이 자리 잡고 있다. '협주곡 23번, K488'과 '24번, K491'에서는 지난 2005년의 내한과 마찬가지로 지휘자로서 면모도 확인해볼 수 있어 매우 큰 기대를 안겨준다. 그 밖에 모차르트와 프로코피예프, 닐센의 관현악 작품들 또한 이 뛰어난 악단의 긴밀한 합주력으로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곧 만나볼 이 피아니스트로 인해 우리는 곧 서울과 통영에서 노르웨이의 숲을 만날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그 저녁을 물들일 아련한 정취가 그리워진다.
한동안 그리그의 서정 모음곡에 목말라 있을 때 길렐스의 연주는 세상에서 가장 탁월한 연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뒤늦게 만난 안스네스의 연주에서 탁월함만으로는 무언가 설명이 부족한 아련한 그리움을 느낀 건 나만의 경험은 아니었을 것이다. 최근의 명성에 걸맞게 그가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음악적 도전의 기반엔 분명 노르웨이와 그리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음악계의 이단아 프랑수아 르네 뒤샤블 혹은 랭보의 시 구절 ‘알프스 위의 피아노’를 연상케 했던 하르당게르 고원 위로의 피아노 공수는 그의 음악적 기반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북유럽의 에스닉한 매력을 도처에 드러내기도 했다.
한동안 슈베르트에 천착하기도 하고 현대음악의 침묵성에 집중하던 안스네스가 끊임없이 도달하고자 한 영역은 아마도 ‘조화’가 아니었을까. 노르웨이의 리소르 실내악 페스티벌에서 다양한 실내악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에게 수많은 협력과 조화를 요구하는 지휘자와 협연자의 몫은 어쩌면 예정된 행보였을지도 모른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노르웨이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2003/2004 시즌부터 안스네스를 객원 지휘자로 초빙해 활동하는데, 그해 내한해 들려준 모차르트와 바흐의 협주곡들은 그가 펼쳐내는 정화된 음악 세계를 느껴보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이후 발표한 2개의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음반 역시 노르웨이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섬세하면서도 견고한 음색과 안스네스의 감각적인 톤이 어우러져 강한 개성을 느껴볼 수 있었다. 특히 안스네스는 이 고전 협주곡들에서 주로 자신의 카덴차를 즐겨 사용하는데 혁신적이라고 할 만큼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스케일 파트와 기교를 혼합해 매우 진보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한다.
안스네스가 이달 서울과 통영에서 두 차례에 걸쳐 들려주는 레퍼토리의 핵심에는 그가 긴 시간 꾸준히 집중했던 모차르트의 협주곡들이 자리 잡고 있다. '협주곡 23번, K488'과 '24번, K491'에서는 지난 2005년의 내한과 마찬가지로 지휘자로서 면모도 확인해볼 수 있어 매우 큰 기대를 안겨준다. 그 밖에 모차르트와 프로코피예프, 닐센의 관현악 작품들 또한 이 뛰어난 악단의 긴밀한 합주력으로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곧 만나볼 이 피아니스트로 인해 우리는 곧 서울과 통영에서 노르웨이의 숲을 만날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그 저녁을 물들일 아련한 정취가 그리워진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