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마티네를 가볍다 했는가

  • 성남문화재단
  • 글=남소연 편집장
  • 사진=장영수

입력 : 2010.03.11 13:34

오전에 즐기는 '교향악축제'

정오 전후의 시간대, 대중적인 레퍼토리, 커피와 스낵, 주부 관객…. 최근 5~6년간 국내 음악계에도 든든히 뿌리내린 마티네 또는 브런치 콘서트의 대표적인 이미지들이다. 이들 콘서트는 저녁 시간 공연 관람이 어려운 주부들을 주 대상으로 틈새 시간대를 성공리에 공략한 초기 정착기를 지나, 이제는 각 공연장의 주요 기획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으며 내용 면에서도 수준 높은 진화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국악과 연극계까지 마티네 공연이 등장할 정도로 그 다양성과 호응이 날로 더해가는 추세다.

성남아트센터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마티네 콘서트 역시 개관 5주년을 맞아 야심 찬 새 단장을 시작했다. 우선 올해의 마티네는 오케스트라 라인업만 살펴봐도 예사롭지 않다. 성남시향 뿐만 아니라 서울시향, 경기 필하모닉, 수원시향,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등 교향악축제에서 만나는 국내 메이저 오케스트라가 대거 출동한다. 여기에 세종솔로이스츠 소사이어티와 통영국제음악제를 대표하는 TIMF 앙상블 등 국제적인 내실을 탄탄히 쌓아온 실내악단이 함께하는 구성까지, 마티네 콘서트를 그저 가벼운 오전 연주회로만 여긴 이들이라면 꽉 짜인 면면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이만하면 이른 시간에 즐길 수 있는 마티네 버전 교향악축제라고 할 만하다.

바리톤 김동규
지난 2년간 음악 평론가 장일범과 지휘자 금난새, 지휘자 박영민이 나눠 진행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던 마티네는 올해 바리톤 김동규와 새롭게 손을 잡았다. 해설을 곁들이는 콘서트의 경우 진행자의 선정 역시 공연의 질과 인기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내 성악가 중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인지도를 지닌 ‘청중 친화형’ 아티스트이자 CBS 음악FM의 진행자로도 활약 중인 김동규의 역량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실제 지난달의 첫 마티네 콘서트에서 김동규는 특유의 재치 넘치는 진행과 유쾌한 액션으로 관객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프로그램 구성은 어떨까. 올해의 마티네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세계 음악 여행을 떠난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러시아는 물론 서늘한 북유럽과 미국에 이르기까지, 매회 한 나라를 주제로 그 나라의 대표적인 작곡가 그리고 그 나라와 얽힌 곡들을 제대로 프로그래밍했다. 이탈리아 편이라면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오페라 외에 멘델스존의 교향곡 ‘이탈리아’를 배분하는 식이다. 귀에 친근한 소품과 오페라 아리아, 교향곡의 발췌와 협연자들의 협주곡 등 지루할 새 없는 고른 편성은 기본이다. 

지난 2월 18일, 김봉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과 기타리스트 장대건이 협연하는 열정의 ‘스페인 여행’으로 첫 여정을 시작한 마티네의 세계 일주는 6월을 제외하고 매달 한 차례씩 12월까지 관객을 만난다. 성남시향/김봉(3,4,11월), TIMF 앙상블(5월), 서울시향(7월) 코리안심포니/박은성(8월), 경기 필하모닉/금난새(9월), 세종솔로이스츠 소사이어티(10월), 수원시향/김대진(12월) 그리고 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조이 로, 벤 킴, 장지이, 첼리스트 송영훈?여미혜,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과 김현아, 비올리스트 김상진, 소프라노 박성희와 플루티스트 유영주 등 실력파 연주자들이 아침을 책임진다.

이 중 실력과 더불어 준수한 용모까지 갖춰 일찌감치 두터운 팬층을 지닌 한국계 미국인 피아니스트 벤 킴은 뮌헨 ARD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1위(2006)를 차지하며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진 연주자로, 레온 플라이셔를 거쳐 현재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클라우스 헬비히를 사사하고 있는 차세대 피아니스트이다.

라벨과 드뷔시, 베를리오즈의 관현악곡으로 프랑스의 정취를 안겨줄 3월의 마티네 콘서트는 지난가을 소프라노 조수미의 전국 투어 콘서트에 파트너로 참여했던 크로스오버 가수 카이가 무대에 선다. 서울대 성악과에 수석 입학했던 전도유망한 성악도이기도 한 카이는 앙브루아즈 토마의 오페라 '햄릿'의 아리아를 노래할 예정이다. 시간대는 가볍게, 연주는 알차게-마티네가 선사할 유쾌한 정오의 풍경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전 11시에 마티네의 아침을 만날 수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