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장 고철 덩어리로 록콘서트를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03.10 23:22

서울예술단 신작 비언어극 '비트'

"땅따다닥딱 쿵딱딱따…."

10일 오후 예술의전당 음악당 앞이 소란스러워졌다. 작업복 차림의 배우들이 경차(輕車) 한 대를 해체하며 즉석 연주를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와 부품들이 악기로 변신했다. 각종 공구로 자동차의 특정 부분을 두드리는 타악, 문을 쾅 닫는 소리, 전동 드릴의 소음, 경적 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흥을 돋웠다. 자동차의 해체는 2분도 안 돼 끝났다.

서울예술단의 신작 《비트(Beat)》는 폐차장에서 펼쳐지는 비언어극이다. 콘서트를 마친 로커들이 자동차를 타고 질주하다 사고로 죽고, 그 차가 실려간 폐차장에서 인부들과 유령이 된 로커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소동을 따라간다. 인부들은 차를 분해하려 하고, 유령들은 그것을 막아야 한다.

폐차에 생명력과 음악을 불어넣는 비언어극《비트》./서울예술단 제공

《비트》 제작진은 악기를 개발하고 폐차장을 꾸미기 위해 129대의 자동차를 부쉈다. 연습실에는 폐차의 부품들을 재활용해 만든 악기들이 즐비했다. 보닛(자동차 앞부분의 덮개)을 세워서 커다란 북으로 쓰고, 21개의 핸들을 뽑아 경적으로 화음을 만들고, 필터에 북을 넣어 베이스로 개조하는 식이다. 파워펌프·차축·연료통 등을 반복해 두드려 맑은소리를 찾아냈다.

폐차장 인부들의 작업은 점차 연주가 된다. 핸들의 경적을 울려 〈젓가락 행진곡〉을 들려주고 록 밴드처럼 파워풀한 연주도 나온다. 타이어 등을 이용한 춤, 마스크와 인형을 활용한 마임, 사랑을 표현하는 플라잉 등이 볼거리가 된다. 관객이 동참하는 장면도 있다. 인기 비언어극 《점프》 《난타》를 만든 최철기가 연출했고, 김철무·전주우·윤정열·홍상진 등 코믹 연기의 달인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최철기 연출은 "폐차장의 고철 덩어리에 코미디와 타악, 서커스를 접목했다"면서 "해외무대 진출을 목표로 다듬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6일부터 4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501-7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