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프리뷰] 이 악물고 잡는다고 그녀가 잡힐까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03.10 23:15

사진 속 여자(배종옥)와 남자(이석준)의 자세는 수평적이지 않다. 여자의 손목을 움켜쥔 남자는 이를 악물고 있다. 시선은 단단하고 직선적이다. 여자의 눈빛은 더 복잡하다. 저항하면서도 남자의 마음을 읽으려 애쓰는 것 같다.

이들은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연출 문삼화)의 블랑쉬와 스탠리다. 영화에서는 비비언 리, 말론 브랜도로 기억되는 배역이다. 미국 남부의 명문가 출신이지만 남편이 자살한 뒤 추락해가던 블랑쉬는 '욕망(Desire)'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여동생 스텔라가 사는 뉴올리언스로 찾아온다. 퇴락한 이 항구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다. 스텔라의 남편 스탠리는 노동자로 음주와 도박을 일삼는 동물적인 사내다. 블랑쉬와 스탠리는 자주 충돌한다.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연극열전3 제공

이 장면에서 스탠리는 블랑쉬를 힘으로 범한다. 스탠리 역을 맡은 이석준은 "계급적으로 자신을 깔보는 블랑쉬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이 있다"고 했다. 명배우였던 고(故) 추송웅(1941~1985)은 말론 브랜도가 구축한 거친 스탠리의 이미지가 좋아 스스로를 '추론 브랜도'라 부르며 이 연극을 하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석준은 추송웅의 사위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블랑쉬는 여배우들의 '로망'으로 통한다. 사이즈(크기)와 깊이, 폭발력이 있는 배역이라서다. 남자를 유혹해 공허감을 메우는 블랑쉬는 점점 파멸해간다. 배종옥은 기자간담회에서 "꿈의 배역을 맡아 기뻤지만 부담감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욕망으로 파멸하는 과정에 지금 우리의 모습을 담고 싶다"고 했다.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대표작인 이 연극은 인간적이고 비극적이면서도 재미있다. 블랑쉬의 대사 "난 진실을 말하지 않아요. 진실이어야 하는 걸 말하죠"를 들으면 처연해진다. 그녀는 마법 같은 환상과 아름다웠던 과거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19일부터 5월 2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02)766-6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