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미술토크] 동양화 vs 서양화

  • 글·컨텐츠·사진 제공_서정욱

입력 : 2010.03.10 16:59

유화가 나오기 이전 서양에서는 주로 계란 노른자를 이용한 템페라화가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바로크 시대에 유화가 회화의 재료로서 역할을 하게 되면서 그 주도권은 유화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유화물감은 안료 가루와 정제된 린시드 오일(아마씨유)을 섞어서 만든 물감입니다.

유화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덧칠이 용이해  쉽게 고칠 수 있고 색채의 선명도가 뛰어나며 또한 광택의 유무도 조절이 가능하고 마른 후에도 색의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이 유화는 19세기 산업혁명으로 인해 튜브물감으로 출시가 되면서 인상주의 화가들의 야외작품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면 왜 유화물감이 서양회화에서 선택되어진 걸까요?

서양에서는 눈에 보이는 사실에 대한 과학적인 해석을 중시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림도 사실 그대로 그리고자 하였지요. 실제형태, 색채, 광택, 명암, 거리 등을 중시하였던 것입니다. 실제로 유화는 덧칠이 가능하고 세부적인 묘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양회화에서는 최고의 재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동양화는 어떨까요? 동양은 몽유도원도 같이 이상향을 그리는 것이 많고 또한 자연 풍경을 그렸습니다. 현실세계의 중시보다는 정신과 이상의 중요성이 강조 된 그림들을 주로 그렸습니다. 그래서 서양회화가 인물에 중점을 둔 반면 동양화에서는 자연을 더욱 많은 소재로 다루었습니다.

동양화의 재료적인 것을 보자면 우선 문방사우를 들 수 있습니다. 종이, 먹, 벼루, 붓. 먹은 동양의 안료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동양화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어 서양화의 유화랑 비교가 가능합니다.

먹의 재료는 그을음을 아교에 섞어 굳혀서 만듭니다. 여기서 아교란 소나 말, 사슴, 고래 등의 포유동물의 뼈, 가죽, 힘줄 등을 끓여서 얻는 것이고 그을음은 소나무나 오동나무 등을 태워서 만듭니다. 한국에서는 신라시대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만들어 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먹을 벼루에 정성을 다해 갈아 종이에 그린 것이 동양화입니다. 그 특징으로는 유화와는 전혀 다르게 흡수율과 번짐의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동양회화에서는 선과 여백의 미를 추구하고 한 번에 그어 완성시킴으로써 운필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습니다. 더불어 한 획 한 획 정신을 담는 표현으로 예술이 되었습니다. 이에 먹은 최상의 재료였지요.

서양화 동양화

재료만으로도 두 회화의 특성이 너무도 달라져 왔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씀 드렸듯 재료보다 더 근본적으로 서양화의 방향은 직접적이고 과학적, 사실적,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에 있었고 동양화는 정적이고 이상적, 관념적, 은유적인 그 정신성의 추구에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 그림에 더 마음이 끌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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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영상 제공 : 서정욱 갤러리 대표 서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