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춤과 소리, 한국인의 심장을 두드리다

입력 : 2010.03.03 10:12


[OSEN=강희수 기자] 아일랜드 음악에는 왠지 모를 애잔함이 있다.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라 심장으로 느끼는 소리다. 이 소리는 국악이 주는 한국의 소리와도 닮아 있다. 두 국가가 갖고 있는 역사적 배경에서 그 유사성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주변 강대국의 침입과 영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는 강인함은 있지만 그 과정에서 민초들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두 민족은 춤과 소리를 좋아한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는 데는 이만한 놀이가 없다. 춤과 소리는 그들만의 치유문화를 이루는 중요한 방식이었다.

아일랜드의 소리와 춤, 음악을 한꺼번에 향유 할 수 있는 공연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전세계 아이리시 댄스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리버 댄스(River Dance)’가 3월 2일부터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된다.

‘리버 댄스’는 이미 전 세계에서 2200만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작품이다. 1995년 2월 더블린 초연 이후 15년간 전세계 300개 이상의 공연장에서 1만 여 회의 공연을 펼쳤다. 이후 수많은 아류작들을 쏟아지게 한 아이리시 댄스공연의 원류이지만 우리나라에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우리나라 취재진을 상대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리버 댄스’를 이끌고 있는 수석 총괄 프로듀서 줄리안 얼스킨은 먼저 “15년이 지나서 이제야 한국을 찾게 돼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이어 얼스킨은 “‘리버 댄스’는 아일랜드 민족의 이야기다”고 정의했다. 불과 물과 대지, 그리고 그것을 숭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발을 굴려 천둥 소리를 표현하고 정열적인 플라멩코는 불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플라멩코와 아이리시 댄스가 만나 보여주는 ‘유혹과 희롱’은 인류가 불을 사용하게 된 역사를 설명한다.

아이리시 댄스에 플라멩코가 등장하는 배경에 대해 얼스킨은 “아일랜드가 주권을 빼앗겼을 때 수많은 국민들이 세계 각국으로 흩어졌다. 인고의 세월 끝에 아일랜드는 독립이 되고 주권을 되찾았고 1990년대 경제 호황기를 맞으면서 각지로 흩어졌던 국민들이 아일랜드로 다시 모여 들었다. 이 과정에서 각국의 문화도 같이 흡수 됐다”고 설명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에 이르면 물의 섭리가 표현 된다. 구름이 모여들어 비를 만들고 그 빗방울은 다시 강물을 만들고 바다로 흘러간다. 다시 바다는 더 큰 바라를 이루면서 더욱 커지고 강렬해진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수십 명의 댄서가 상반신을 사용하지 않는 아일랜드 전통 춤으로 형상화 시킨다.

‘아일랜드 민족의 이야기’로 일컬어지는 ‘리버 댄스’는 1994년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열린 유로비전 콘테스트 도중 중간 휴식 시간에 펼쳐진 7분 간의 공연이 모체다. 당시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 입어 정식 공연단이 꾸려지면서 현재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리버 댄스’ 수석 총괄 프로듀서 얼스킨은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면 ‘리버 댄스’는 더블린 강가에서 7분짜리 공연으로 시작해 15년을 이어왔으므로 ‘더블린강의 기적’으로 일컬을 만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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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리버 댄스’의 화려한 공연 모습과 수석 총괄 프로듀서 줄리안 얼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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