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2.24 23:29
화장기 없는 정갈한 바흐
반주 없이 오직 바이올린만 벗삼아 2시간 40여분의 찬란한 '고백성사'
23일 저녁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바흐(Bach) 마라톤'이 열렸다.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Tetzlaff)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6곡)》을 완주했다.
객석의 불이 꺼지기 전부터 무대 뒤편에서 간간이 조율 소리가 흘러나왔다. 뉴욕 타임스가 '시골 대학 철학과 조교수 같다'고 평했던 수더분한 외모의 테츨라프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피아노 반주조차 없이 바이올린만을 벗 삼은 그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객석의 불이 꺼지기 전부터 무대 뒤편에서 간간이 조율 소리가 흘러나왔다. 뉴욕 타임스가 '시골 대학 철학과 조교수 같다'고 평했던 수더분한 외모의 테츨라프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피아노 반주조차 없이 바이올린만을 벗 삼은 그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첫 곡인 소나타 1번부터 테츨라프는 화장기나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고 반듯하게 바흐에 다가갔다. 악보의 판본과 주법(奏法), 강약과 빠르기까지 바로크 음악은 연주자의 손에 맡겨 있는 경우가 많다. 자유가 많은 만큼이나 책임도 막중하다. 테츨라프의 현(絃)은 화려함이 필수적인 낭만주의 협주곡에서는 때때로 밋밋해 보이지만, '음악의 아버지'가 남긴 무반주 곡에서는 남거나 넘치는 법이 없었다. 맑게 우려낸 듯한 정갈한 맛이 가득했다.
연주자는 천천히 사라지듯 여운을 간직하면서 소리를 줄여나가다가, 다음 악장에서는 매섭게 찌르듯 끊고 들어오면서 긴장감을 살렸다. 감정 기복의 폭을 되도록 줄이면서 페이스를 유지하다가, 전체의 절정에 해당한다고 스스로 일컬었던 '파르티타 2번'의 샤콘느에서 짙고 분명한 선으로 명암 대비를 뚜렷하게 살렸다.
그는 정점에 이르고서는 뒤돌아보는 법이 없었다. 마지막 파르티타 3번에서 테츨라프는 매서운 속도로 질주했고, 휴식시간(30분)을 포함해 전체 연주시간 2시간 40여분으로 주파했다. 결코 대중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지만, 빈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바이올린 학생에게는 필수 곡을 공부하기 위한 산 교육장이었고, '예비 엄마'에게는 태교의 장이었다. "연주(playing)는 때때로 기도(praying)와 같다"는 테츨라프의 말처럼, 어두운 무대에 홀로 서서 바흐를 연주하는 모습은 고백성사와도 같았다.
연주자는 천천히 사라지듯 여운을 간직하면서 소리를 줄여나가다가, 다음 악장에서는 매섭게 찌르듯 끊고 들어오면서 긴장감을 살렸다. 감정 기복의 폭을 되도록 줄이면서 페이스를 유지하다가, 전체의 절정에 해당한다고 스스로 일컬었던 '파르티타 2번'의 샤콘느에서 짙고 분명한 선으로 명암 대비를 뚜렷하게 살렸다.
그는 정점에 이르고서는 뒤돌아보는 법이 없었다. 마지막 파르티타 3번에서 테츨라프는 매서운 속도로 질주했고, 휴식시간(30분)을 포함해 전체 연주시간 2시간 40여분으로 주파했다. 결코 대중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지만, 빈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바이올린 학생에게는 필수 곡을 공부하기 위한 산 교육장이었고, '예비 엄마'에게는 태교의 장이었다. "연주(playing)는 때때로 기도(praying)와 같다"는 테츨라프의 말처럼, 어두운 무대에 홀로 서서 바흐를 연주하는 모습은 고백성사와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