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알아주는 콩쿠르, 난 반댈세"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0.02.24 23:34

피아니스트 볼로도스 내한공연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다양성"

27일 첫 내한(來韓) 독주회를 갖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Volodos·37)는 16세에야 피아노에 전념하기로 결심한 늦깎이다. 그 이전까지는 성악가인 부모를 따라서 노래를 전공하고, 지휘를 공부하기도 했다. 그 나이 즈음에 콩쿠르나 세계무대에 데뷔하는 연주자도 적지 않은 걸 감안하면 무척 늦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2007년 잡지 《인터내셔널 피아노》와의 인터뷰에서 "음악은 럭비 선수권 대회가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빠른 성과를 바라면서 힘들게 일하지만, 이 때문에 성공하고자 하는 야망만 중요해지고 음악은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나고 만다"고 말했다.

볼로도스는 그 후 모스크바 음악원과 프랑스 파리 음악원, 스페인 마드리드 음악원을 차례로 거쳤지만, 별다른 콩쿠르 입상 경력이 없다. 그는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다양성이다. 한 사람을 골라야 하는 체제에 반대하기 때문에 콩쿠르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볼로도스는 27세에 데뷔 음반으로 《피아노 편곡들(Piano Transcriptions)》을 펴냈다. 러시아의 전설적 피아니스트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편곡한 〈카르멘 변주곡〉 〈헝가리 랩소디 2번〉, 볼로도스 자신이 편곡한 라흐마니노프의 가곡과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이라는 개성적인 구성이었다. 이 음반으로 '현대의 호로비츠'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나는 진지하게 피아니스트가 되는 일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내가 그리는 삶은 성공을 좇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나는 아주 운이 좋았다"고 했다. 그 오롯한 소신의 가치는 슈만과 스크랴빈, 리스트의 곡을 들려주는 첫 내한무대에서 판가름난다.

▶볼로도스 피아노 독주회, 27일 오후 5시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031)783-8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