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02.24 23:33

총각 다섯의 상큼한 위로

이 뮤지컬, 좀 다르다. 상투적이고 거친 구석도 있는 코미디지만 진심이 읽힌다. 미끈한 야채가게 총각들이 '흘러가는 인생'을 노래하는데 청년의 꿈과 좌절·방황을 툭툭 건드리는 것이다. 물길의 곡선 같은 리듬감도 있다. 웃음으로 들뜨다 울음으로 꺼질 때마다 관객은 감정적 낙폭을 경험한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실제로 있는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뻗어 나온 뮤지컬이다. 초록색 넥타이와 앞치마를 한 총각 다섯이 춤을 춘다. "사과처럼 새콤한 총각들/ 오이처럼 상큼한 총각들/ 감자처럼 포근한 총각들~"이다. 그리고 그 가게를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여자가 있다. 총각들은 관객에게 퀴즈를 내 바나나와 귤을 나눠준다. 상품이 아니라 즐거움을 파는 가게다.

청춘스토리 제공
고만고만한 코미디가 범람하는 대학로에서 이 공연장에 온 관객은 이벤트에 당첨된 기분이다. 부담스런 자세의 스트레칭에도 펑, "총각 한 포기 주세요/ 미남 한 뿌리 주세요~"에도 펑, "나 숙대 나온 여자야"에도 펑, 웃음이 터진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오징어와 성당을 절묘하게 엮은 장면의 상상력이 좋고, 하루를 마감하는 '수고하셨습니다 자세(?)'로 마음을 고백할 땐 살짝 눈물샘도 건드렸다.

아무 과일에나 '꿀'자 붙이지 말라는 이 가게의 원칙대로 컴플레인(불평) 좀 해야겠다. 늦잠으로 열리는 하루의 시작, 남녀가 손을 잡을 때의 전기충격, 너무 쉬운 해피엔딩 등은 신선도가 떨어진다.

이 작품의 어려운 점은 총각 다섯에게 다 숨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태성(박정환)과 민석(김명준)의 갈등과 화해에 집중하면서도 균형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 삽입곡 〈함께 걷는 여행길〉의 노랫말처럼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갈 수 있는" 작품이다.

▶6월까지 서울 대학로 SM아트홀.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