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작가들이 日작품을 베꼈다고?

  • 부산=손정미 기자

입력 : 2010.02.23 06:03 | 수정 : 2010.02.23 08:12

부산시립미술관 '신옥진 컬렉션:日 근현대미술展'
의심 풀고싶던 화랑 주인 30년간 직접 日작품 수집…
결론은 "모방 넘어섰다는 것"

우메하라 류자부로의〈남자〉./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부산시립미술관이 23일부터 시작하는 《신옥진 컬렉션:일본 근현대미술》전(展)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두 가지 면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첫 번째는 그동안 국내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일본 근대미술을 들여다본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개인이 기증한 컬렉션만으로 전시를 꾸몄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는 부산공간화랑을 운영하고 있는 신옥진 사장이 그동안 부산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일본 근현대미술작품 53점을 보여준다. 신 사장은 "35년 전 화랑을 시작할 때 우리 근대 작가 작품을 두고 '일본 작품을 베꼈다'는 소문이 많아 내 눈으로 판단하기 위해 일본 작품을 사 모았다"며 "30년 넘게 일본 화랑과 경매를 쫓아다니며 작품을 모은 결론은 우리 작가들이 일본을 베낀 것이 아니라 이를 극복하고 심화시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은 우메하라 류자부로를 비롯해 레오나르 후지타·사이토 요시시게·무나카타 시코·가와라 온·스기모토 히로시·나라 요시토모까지 일본 근대미술을 중심으로 현대 작가까지 아우르고 있다. 레오나르 후지타(1886~1968)는 1910년대 프랑스로 건너가 피카소와 모딜리아니 등과 친분을 나누며 작품 활동을 벌였던 '에콜 드 파리'(1차 세계대전 후부터 2차 세계대전 전까지 파리에서 활동하던 외국작가들)' 작가다. 우메하라 류자부로(1888~1986)는 유럽으로 건너가 인상주의 작가 르누아르에게 직접 그림을 배운 뒤 돌아와 화려한 색채와 호기로운 터치가 어우러진 작품을 남겼다.

'일본 현대판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무나카타 시코(1903~1975)는 서양화가 최영림(1916~1985)이 일본에서 배웠던 스승이다. 한국 근대조각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권진규를 무사시노미술대에서 가르쳤던 시미즈 다카시의 조각 작품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시미즈 다카시는 세계적인 조각가 부르델에게서 배우고 돌아와 후학들을 가르쳤다.

신옥진 사장은 1998년부터 지금까지 부산시립미술관에 350점을 기증한 것을 비롯해, 경상남도 도립미술관(200점)·밀양시립박물관(100점)·부산시립박물관(30점)·전혁림미술관(12점)·박수근미술관(2점)에 작품을 기증했다. 집안이 어려워 독학으로 공부한 신 사장은 1998년 무렵 건강이 악화되면서 기증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나도 어렵게 사 모은 작품을 기증할 때는 마음이 혼란스럽다"면서 "기증하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 때 얼른 작품을 싸들고 미술관을 찾았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작품을 기증해왔지만 '일본 근현대미술'은 나름대로 문제의식을 갖고 해온 컬렉션이었기에 애착이 크다"고 밝혔다.

전시는 4월 18일까지 이어진다. (051)740-4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