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2.10 23:40
3시간 반 동안 무반주로 '바흐 마라톤'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마치 기도와도 같아요. 어두운 홀에서 관객에게 음악으로 말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지요. 그걸 알면서도 무대에 홀로 서는 것이에요. 청중도 음악에 몰입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어요."

'바흐 성전(聖殿)'에서 그가 '사제(司祭)'라면, 청중은 '신도(信徒)'가 되는 셈이다. 올 시즌에도 미국 시카고와 뉴욕에서 두 차례 완주했고, 매년 4~5차례씩 바흐의 무반주 전곡을 연주하는 그는 "여섯 곡은 거대한 건축과도 같다. 독립된 곡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겠지만, 전곡을 조망할 때 비로소 거대한 세계가 드러난다"고 했다.
여동생인 첼리스트 타냐 테츨라프와 실내악을 함께 연주하는 것을 비롯해 네 남매가 모두 음악을 연주하는 그는 12세 때 이미 독일 현대 작곡가인 한스 베르너 헨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다. 베를린 필하모닉(지휘 사이먼 래틀)과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던 그는 "너무나 까다롭지만, 너무나 흥미진진한 곡이었다. '현대음악이냐, 고전이냐' 하는 구분보다는 '훌륭한 곡인지 그렇지 않은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악기만 없다면 작은 독일 신학교의 내성적인 대학원생처럼 보인다"는 외국 언론의 평처럼, 테츨라프는 화려한 스타보다는 묵묵히 갈 길을 고집하는 편으로 이름 높다. 이런 성격은 지난 1999년 200만달러에 이르는 명기(名器) 스트라디바리우스 대신 동년배의 독일 악기 제작자 페터 그라이너(Greiner)가 만든 1만7000달러 상당의 악기를 선택한 것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옛 악기 중에서도 화려한 명성에 비해 좋은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언제나 중요한 건 소리이며 지금도 이 악기를 10년째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테츨라프의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23일 오후 7시 30분 LG아트센터,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