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2.08 23:38
바흐의 칸타타 협연하는 소프라노 서예리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서예리(33)는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피아노를 쳤다. 예원학교를 다니면서 성악을 공부하는 친구를 반주하다가 문득 감동에 눈물이 북받쳤다고 했다. 헨델의 오페라 아리아였다.
"친구가 내는 목소리를 갑자기 따라 불러보고 싶었어요. 그저 흉내를 내보았지만, 듣고 있던 친구는 '차라리 네가 성악을 공부하는 게 좋겠다'고 권했어요."
선생님들은 "연습하기 싫어서 그런다"고 타박했지만, 서예리는 정식으로 전과(轉科)시험까지 치고 전공을 바꿨다. 당시 친구는 성악에서 작곡으로 길을 옮겼으니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
오는 17일 독일 명문 연주단체인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AKAMUS)'와 바흐의 칸타타를 협연하는 그는 바로크 음악과 현대음악이라는, 얼핏 다르게 보이는 두 가지 길을 동시에 걷고 있다. 그는 2003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페스티벌에서 르네 야콥스의 지휘로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오르페오》에 출연한 뒤부터 줄곧 바로크 음악에 천착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지난 2006년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시리즈인 '아르스 노바(새로운 예술)'에 초대받고 지난해에는 독일의 현대음악 거장 볼프강 림(Rihm)의 《세 여인》에서 아리아드네 역을 맡았다. 그는 "옛 음악과 현대음악 모두 미개척 분야이기에 연주자가 자율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누구도 가본 적이 없어서 새롭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부터 독일 베를린 방송 합창단에서 4년간 단원으로 활동했던 서예리는 2004년에는 네 차례 탈장 수술을 받는 등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다소 더딜지라도 차근차근 한 계단씩 밟아나가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5월 뉴욕 링컨센터 무대에 선 뒤 세계적 매니지먼트 회사인 IMG와 계약했고, 오는 9월에는 베를린 음악제에서 올해 85세를 맞은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의 〈한 겹 두 겹(Pli Selon Pli)〉을 부를 예정이다.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소프라노 서예리 협연) 내한공연, 2월 17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