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0, 흥행을 부탁해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02.03 23:49

10·40대 관객, 20·30대 맞먹는 공연계 새 '티켓 파워'로
'시카고' '엄마를…' 중년 관객 돌풍… "관객 평균연령 35세 넘기면 대박"
아이돌 주연 '모차르트'는 10대 점령… '오페라의 유령'도 관객층 젊어져

'40대의 성장, 10대의 등장.' 올해 흥행하는 뮤지컬과 연극의 관객 구성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3일 인터파크에서 주간 예매 순위 1~3위를 달린 뮤지컬 《시카고》와 《모차르트!》, 연극 《엄마를 부탁해》의 예매자 정보를 보면 40대 관객 비중이 30~40%에 이르고 10대 관객이 20%에 육박하고 있다.

공연에도 '나이'가 있다. 관객의 연령대는 흥행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다. 공연장에서 '마이너리티(소수)'였던 40대 관객이 많아지거나 존재감이 미미했던 10대 관객이 구매력 있는 소비자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20·30대 관객을 중심으로 굴러가던 우리나라 공연시장이 위아래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시카고》는 40대 관객이 35%에 이르러 30대 관객(38%)과 비슷하다. 검은돈과 살인이 난무하는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최정원·옥주현·남경주가 출연하는 이 뮤지컬은 어둡지만 희극적이면서 관능적이다.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시카고》 관객은 해마다 연령대가 높아지는 추세"라며 "남성 관객이 10명 중 4명꼴로 많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했다.

관객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뮤지컬《시카고》. 벨마(최정원·왼쪽)·록시(옥주현). / 신시컴퍼니 제공
신경숙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무대로 옮긴 《엄마를 부탁해》(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예매자는 40대가 37.1%, 30대가 35.9%로 '중년 관객 돌풍'을 수치로 말하고 있다. 이 연극은 백화점 문화센터와 설렁탕 체인점 등 중장년층을 겨냥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연극 《엄마를 부탁해》를 본 관객 이현주(47·서울 논현동)씨는 "객석에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 놀랐는데 나도 그렇고 많이들 울었다"면서 "친정엄마 모시고 다시 볼 생각"이라고 했다.

2008년 인터파크 공연 결산 자료를 보면 40대 관객은 12%에 그쳤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브로드웨이 42번가》 같은 인기 뮤지컬에서는 40대의 비중이 20~30%를 웃돌았다. '관객 평균 연령이 35세를 넘기면 흥행'이라는 불문율도 생겼다. 당장 볼 수 있는 작품 중에는 뮤지컬 《메노포즈》 《진짜진짜 좋아해》, 연극 《레인맨》도 관객 연령대가 높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모차르트!》는 거꾸로 10대(18%)와 20대(44.1%) 관객이 3분의 2에 육박한다. 골수팬이 많은 그룹 '동방신기'의 시아준수가 주인공 모차르트로 출연한다는 소식만으로도 표가 매진됐다. 아이돌 스타로 10대 관객을 발굴한 사례다. 티켓링크에서도 《모차르트!》는 대구 공연이 예매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관객층이 젊어진 뮤지컬도 있다. 서울 샤롯데극장에서 공연 중인 《오페라의 유령》은 20대가 37%, 30대 38%, 40대 14%로 나타났다. 2005년 예술의전당에서 올린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 관객이 30대 54.4%, 40대 24%였던 데 비하면 놀라운 '회춘(回春)'이다. 이런 변화에는 공연장과 언어의 차이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는 "예술을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40대와 주5일제, 기업의 문화마케팅 바람이 만나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그러나 《모차르트!》는 관객 발굴인지 아이돌 마케팅에 뮤지컬이 휩쓸린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