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의 '불협화음'] "사랑한다 내게 말해줘요" 달콤하게 혹은 애절하게

  • 이지혜·작곡가

입력 : 2010.02.04 02:31 | 수정 : 2010.02.04 03:37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이지혜·작곡가
뮤지컬은 공연이 계속되는 한 프로덕션 운영비가 들어가지만 소위 '대박'이 터졌을 때 발생하는 소득 및 부가소득은 엄청나다. 1986년 영국 런던 초연 이후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이하 유령)》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작품의 히트와 롱런의 주역으로 사람들은 단연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을 꼽는다.

《유령》의 주 멜로디와 코드 패턴은 강렬하기도 하고, 같거나 혹은 변형된 형태로 극 중 몇 번이나 반복된다. 지울 수 없는 불주사 자국으로 귓가와 뇌에 찍힌다. 게다가 똑같은 멜로디라도 사용되는 상황과 가사에 따라 빛깔을 달리하면서 '익숙함+새로움'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팬텀(양준모)이 마지막으로 크리스틴(최현주)의 애정을 갈구하는 〈돌이킬 수 없으리〉의 "사랑한다 내게 말해줘요/ 나를 홀로 두지 말아요"는 그녀가 라울(홍광호)과의 러브 듀엣 〈바람은 그것뿐〉에서 "사랑한다 내게 말해줘요/ 변치 않는 여름날처럼"이라고 달콤하게 속삭이던 선율과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에 더욱 비극적이다. 웨버가 이런 식으로 스코어 곳곳에 뿌려둔 음악적 장치는 한둘이 아니다.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윤영석)과 크리스틴(김소현). / 설앤컴퍼니 제공
사실 《유령》의 음악은 둥둥둥둥- 하는 1980년대식 전자악기 편곡으로만 보면 구식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여러모로 현명한 음악적 전략 때문에 '촌스러움을 일부러 고수하는 건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훌륭한 스코어다. 온 세계 뮤지컬 프로듀서들이 웨버 같은 작곡자의 재탄생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것도 당연하다. 지금 공연 중인 《유령》의 양준모·최현주·홍광호의 노래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공연을 보러 가서 "사랑한다 내게 말해줘요"라는 멜로디가 몇 번이나 나오는지 세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렇게 퍼즐처럼 숨겨진 음악적 재미를 느낄 정도가 되면 당신도 뮤지컬 고수(高手)의 대열에 들어온 것이다.

▶8월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극장. 1588-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