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2.01 00:49
"부천은 인기가수들에게 매력적인 곳"
인천·부천에서 80회 공연… 관람 문화 많이 성숙해져
"시민 위해 문화회관 필요"
이시찬(49·부천시 원미구 중동)씨는 10여년 동안 공연기획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유명 가수들을 인천과 부천으로 초청해 콘서트를 여는 것은 물론 뮤지컬과 오페라 등 지금까지 80회 정도 공연을 펼쳤다. 지난해 윤도현 밴드 공연을 두 차례 가졌으며 연말에는 가수 이은미와 그룹 'FT 아일랜드' 콘서트를 부천체육관에서 열었다. 올해는 양희은, 이소라, 김건모 등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부천은 가수들에게 어느 정도 매력있는 곳입니다. 일단은 기본적인 관객을 확보할 수 있고 때론 관객의 단체 동원도 가능합니다. 콘서트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알려지면 가수들이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는 아직도 일부 가수들은 부천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국내 랩 음악을 본격적으로 선보여 영웅 대접을 받았던 모 가수와 몇 년 전 부천 공연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그가 부천이 서울 난지도 쓰레기장 인근이 아니냐고 묻더군요."
이씨는 지난 10여년간 관객들의 공연 관람 문화가 많이 나아졌으며, 관람객의 70% 정도는 인천·부천 시민이고 나머지는 서울과 시흥·김포 등에서 온다고 했다.
"2000년대 초만해도 공연장에 음식물을 들고 오는 것이 다반사였으며 아기를 업고 오는 분도 계셨지요. 공연 중간에 입장하는 경우도 잦았지만 이제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는 10대 청소년들과 중장년층의 매표 방식도 차이가 많이 난다고 했다. 10대들은 처음에 우르르 몰려 표를 사지만 중장년층은 처음부터 공연 전날까지 표를 꾸준히 구매한다고 했다. 무료 초대권은 뿌리지 않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수백장을 준비한다고 했다. 초대권을 어느 정도 배부할지 출연 가수와 상의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씨는 성남이나 고양과 달리 부천에 마땅한 공연장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부천시민회관은 의자에서 삐거덕 소리가 날 정도로 낡았으며 실내체육관도 제대로 된 음향시설을 갖추진 못한 임시 방편적인 공연장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나마 부평의 삼산체육관(5000석)보다는 부천 실내체육관(3500석)이 공연 조건이 좋다고 했다. 둥근 형태의 실내 체육관은 소리가 돌아서 오는 음향 효과가 있지만 직사각형 형태의 삼산체육관은 소리가 분산된다고 했다. 주차장 이용도 실내체육관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을 위하고 부천의 문화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문화예술회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영비 부담이 있지만 그 대신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면 된다고 했다.
"문화는 하나의 품격입니다. 서울의 예만 봐도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을 이용하는 손님들의 수준이 다릅니다. 문화예술회관은 부천 지역의 문화 수준을 여러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장소가 추모공원과 인접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고 했다.
"솔직히 말해 곡소리가 나는 곳 옆에서 어떻게 음악 공연을 펼칩니까. 그것은 고인과 유족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그는 2001년 가수 '왁스'의 부천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연기획자로 나서게 됐다고 했다. 대학에서 성악과 국악을 전공했지만 한때는 택시 기사, 가스통 배달 등 여러 가지 일을 한 뒤 연예계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2007년에는 부천문화재단에 10개월간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이 추구하는 문화 예술 방향과 맞지 않아 그만 두었다고 했다.
"부천문화재단은 부천의 문화 전반에 대한 정책을 내놓고 발전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영상문화 단지를 비롯한 각종 시설 임대와 관리는 시설공단에 넘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는 공무원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했다.
"모든 공연이 예상대로만 진행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뜻하지 않은 사정으로 가수가 늦게 올 수도 있고 관객들의 입장이 늦어 공연이 늦게 끝날 수 있습니다. 공무원들도 나름대로 애로 사항이 있겠지만 대관 시간이나 주차장 등 공간 활용면에서 조금만 융통성을 발휘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