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1.29 03:36 | 수정 : 2010.01.29 08:31
보라매병원 적신 서울시향 현악 4중주단

네 살 때부터 뇌종양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지형(11)이는 28일 체온이 38도까지 올랐다. 아파도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을 만큼 씩씩하지만 이날은 1시간이나 울었다. 서울 신대방동 서울시립보라매병원의 병실에서 하루 종일 음악을 듣고 있는 지형이는 서울시향 연주자들이 병원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에 말끄러미 어머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의사선생님은 "면역력이 떨어졌으니 병실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권했지만 음악회에 데려가 달라는 강력한 무언(無言)의 호소였다. 할 수 없이 어머니는 아이를 휠체어에 태우고 병원 로비로 나섰다.
"〈사랑의 인사〉는 작곡가 엘가가 약혼녀를 위해 작곡한 곡이에요."
휠체어에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듣던 지형이는 '사랑'이라는 말에 방긋 웃었다. 말을 하기도, 몸을 가누기도 힘겹지만 지형이는 좋아하는 선율만 나오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굴 가득 미소를 짓는다. 엘가의 다정다감한 선율이 병원 로비에 흐르는 동안 지형이는 연주자 누나들에게서 눈 한번 떼지 않았다. 어머니는 지형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사랑'이라고 했다.

이날 무대는 서울시향이 주최하는 '찾아가는 음악회'의 하나로 마련됐다. 클래식 음악을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심기 위해 조선일보와 서울시향이 올해 함께 펼치는 '우리 동네 콘서트'의 현장이기도 했다. 이날 송혜림·김지원(바이올린), 이선주(비올라), 김민경(첼로)으로 구성된 서울시향의 현악 4중주단이 병원을 찾았다.
음악회는 낮 12시 20분에 시작했지만 30분 전부터 환자와 방문객, 병원 직원 등이 몰려 의자 40석이 모두 찼다. 벽에 기대거나 맨바닥에 앉아서 음악을 감상한 사람이 160여명에 이르렀지만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었다.
음악회는 유려하면서도 경쾌한 헨델의 《수상 음악》에 이어 따뜻한 첼로 소리가 나지막하게 흐르는 생상의 〈백조〉, 이탈리아 민요 〈오 솔레 미오〉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로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지형이 어머니는 "7년째 병원에서 살다 보니 좀체 여유를 낼 수 없었는데 콘서트 덕분에 잠시 숨돌릴 수 있었다"며 "반복되는 일상 속에 '오늘 하루 재밌었어'라고 추억할 수 있게 해줘 고맙다"고 했다.
연주가 끝날 즈음 1주일 전 무릎 수술을 받고 입원한 주부 박수옥(61)씨의 눈도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박씨는 "〈오 솔레 미오〉를 듣는 동안 어릴 적 행복했던 기억들이 사르르 떠올랐다"고 했다. 성창규 서울시립보라매병원 교수는 "클래식 음악회여서 자칫 환자들이 지루하게 여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반응이 뜨거워서 놀랐다. 아픈 이에게 음악은 '보이지 않는 약'과도 같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우리 동네 콘서트'는 서울문화재단,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한국메세나협의회가 후원하며 전국 곳곳의 마을회관과 도서관, 학교와 지하철 역 등을 찾아가 음악회를 펼친다.
음악회는 낮 12시 20분에 시작했지만 30분 전부터 환자와 방문객, 병원 직원 등이 몰려 의자 40석이 모두 찼다. 벽에 기대거나 맨바닥에 앉아서 음악을 감상한 사람이 160여명에 이르렀지만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었다.
음악회는 유려하면서도 경쾌한 헨델의 《수상 음악》에 이어 따뜻한 첼로 소리가 나지막하게 흐르는 생상의 〈백조〉, 이탈리아 민요 〈오 솔레 미오〉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로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지형이 어머니는 "7년째 병원에서 살다 보니 좀체 여유를 낼 수 없었는데 콘서트 덕분에 잠시 숨돌릴 수 있었다"며 "반복되는 일상 속에 '오늘 하루 재밌었어'라고 추억할 수 있게 해줘 고맙다"고 했다.
연주가 끝날 즈음 1주일 전 무릎 수술을 받고 입원한 주부 박수옥(61)씨의 눈도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박씨는 "〈오 솔레 미오〉를 듣는 동안 어릴 적 행복했던 기억들이 사르르 떠올랐다"고 했다. 성창규 서울시립보라매병원 교수는 "클래식 음악회여서 자칫 환자들이 지루하게 여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반응이 뜨거워서 놀랐다. 아픈 이에게 음악은 '보이지 않는 약'과도 같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우리 동네 콘서트'는 서울문화재단,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한국메세나협의회가 후원하며 전국 곳곳의 마을회관과 도서관, 학교와 지하철 역 등을 찾아가 음악회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