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2.01 06:46 | 수정 : 2010.02.01 10:03
"어리다고 놀라지 말아요"
"첫 출전 성인대회서 1위 정명훈이 '낙점' 단골 협연
꼬마라고 무시하는 눈빛… 나이에 비해 잘한단말 싫어… 무대 위에선 소년 아니죠"
아역 스타들은 성인 배역을 맡을 나이가 되면 종종 극심한 성장통을 앓는다. 영재와 신동(神童)에 대한 집착이 유난히 큰 클래식 음악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 정상급 경연대회인 일본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둔 피아니스트 조성진(16)이 돋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쇼팽 국제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곧바로 체급을 올렸고, 처음 출전하는 성인 대회에서 보란 듯이 1위에 올랐다.
"대회 연습실에서 연주하다가 음료수를 마시려고 나오면 13살까지 나이 차가 나는 형·누나들이 복도에 있었어요. 꼬마라고 무시하는 눈빛이 대번에 느껴졌죠."
우승이라는 기록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건 이 소년의 왕성한 소화력이다. 조성진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일찍 알아본 서울시향 지휘자 정명훈의 러브콜을 받고, 지난해에만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잇달아 협연했다. 이쯤이면 '낙점'이라는 말이 크게 무색하지 않다.
지난해 11월 아시아 정상급 경연대회인 일본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둔 피아니스트 조성진(16)이 돋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쇼팽 국제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곧바로 체급을 올렸고, 처음 출전하는 성인 대회에서 보란 듯이 1위에 올랐다.
"대회 연습실에서 연주하다가 음료수를 마시려고 나오면 13살까지 나이 차가 나는 형·누나들이 복도에 있었어요. 꼬마라고 무시하는 눈빛이 대번에 느껴졌죠."
우승이라는 기록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건 이 소년의 왕성한 소화력이다. 조성진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일찍 알아본 서울시향 지휘자 정명훈의 러브콜을 받고, 지난해에만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잇달아 협연했다. 이쯤이면 '낙점'이라는 말이 크게 무색하지 않다.

오는 3월에도 코리아 심포니(지휘 박은성)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첫 협연을 앞두고 있다. 그를 가르치고 있는 피아니스트 신수정(전 서울대 음대 학장)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부터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2번과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까지 먼저 '배우고 싶어 죽겠다'고 조르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했다. 조성진은 "한 달만 준다면, 어떤 곡이든 연주할 수 있을 것만 같다"면서 웃었다.
그는 피아니스트로서 출발은 조금 늦은 편이다. 6세 때 유치원에서 동네 친구들과 음악 교육을 받다가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우는 것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 그는 "그 뒤로는 피아노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연습하기 싫어도 음반을 들으며 쉰다"고 했다.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돌아온 뒤 어머니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30분, 식사를 마친 뒤 다시 3시간씩 연습하고 콩쿠르를 앞두고선 하루 5~6시간까지 연습량이 늘어난다.
다음 달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예고에 입학하는 조성진에게 나이는 '특권'인 동시에 '부담'이기도 하다. 그도 "나이에 비해 잘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어린 영재보다는 어엿한 연주자로 보아달라는 욕심이다. 뜸을 들인다고 해도 좋을 만큼 평소 말을 아끼고 수줍은 편이지만, 무대에서는 강렬한 건반으로 소년티를 벗어버린다.
무대에서 얼마만큼 폭넓은 레퍼토리를 갖추고 있느냐는 연주자의 앞날을 가르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조성진은 "좋아하는 건 바흐와 베토벤·브람스 같은 독일 음악인데, 잘하는 건 쇼팽과 리스트 같은 낭만파 음악"이라고 했다. 이 간극이 소년에게도 고민거리이자 숙제다.
본보기로 생각하는 피아니스트를 묻자, 그는 폴란드 출신의 명(名)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슈타인(Rubinstein)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호로비츠(Horowitz)를 꼽았다. 두 연주자는 찬연하게 빛나는 음색 말고도 각각 95세와 86세로 타계하기 전까지 평생 무대를 지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년의 바람대로라면, 그의 성장을 지켜볼 날이 아직 꽤 많이 남아 있는 셈이다.
그는 피아니스트로서 출발은 조금 늦은 편이다. 6세 때 유치원에서 동네 친구들과 음악 교육을 받다가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우는 것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 그는 "그 뒤로는 피아노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연습하기 싫어도 음반을 들으며 쉰다"고 했다.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돌아온 뒤 어머니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30분, 식사를 마친 뒤 다시 3시간씩 연습하고 콩쿠르를 앞두고선 하루 5~6시간까지 연습량이 늘어난다.
다음 달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예고에 입학하는 조성진에게 나이는 '특권'인 동시에 '부담'이기도 하다. 그도 "나이에 비해 잘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어린 영재보다는 어엿한 연주자로 보아달라는 욕심이다. 뜸을 들인다고 해도 좋을 만큼 평소 말을 아끼고 수줍은 편이지만, 무대에서는 강렬한 건반으로 소년티를 벗어버린다.
무대에서 얼마만큼 폭넓은 레퍼토리를 갖추고 있느냐는 연주자의 앞날을 가르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조성진은 "좋아하는 건 바흐와 베토벤·브람스 같은 독일 음악인데, 잘하는 건 쇼팽과 리스트 같은 낭만파 음악"이라고 했다. 이 간극이 소년에게도 고민거리이자 숙제다.
본보기로 생각하는 피아니스트를 묻자, 그는 폴란드 출신의 명(名)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슈타인(Rubinstein)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호로비츠(Horowitz)를 꼽았다. 두 연주자는 찬연하게 빛나는 음색 말고도 각각 95세와 86세로 타계하기 전까지 평생 무대를 지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년의 바람대로라면, 그의 성장을 지켜볼 날이 아직 꽤 많이 남아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