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재능을 나눕시다] 청와대 감동시킨 '20분 연주'

  • 전현석 기자

입력 : 2010.01.28 03:13 | 수정 : 2010.02.02 16:58

장애인 오케스트라 '온누리 사랑챔버' 초청공연…
강당 메운 160명 '박수 세례'

27일 오전 10시20분쯤 청와대를 방문한 장애인 오케스트라 '온누리 사랑 챔버' 단원 이상용(22·발달장애2급)씨가 어머니 박기화(55)씨에게 말했다. "청와 대학교 연주하고 밥먹어야지." 박씨는 "아이들이 여러 대학에서 공연을 자주 해서 '○○대'는 다 대학인 줄 안다"고 했다.

온누리 사랑 챔버는 조선일보에 소개된 사연을 본 청와대 관계자들이 "직원들을 위해 연주를 해달라"고 초청해 이날 청와대 안의 한 강당에 마련된 무대에 섰다. 챔버 대표로 온 단원 15명은 공연 전 평소처럼 웃고 떠들고 장난쳤다. 오히려 부모 9명과 선생님 2명이 더 긴장했다. 1999년 창단 때부터 오케스트라를 이끈 바이올리니스트 손인경(44)씨는 "우리가 청와대에서 초청 연주회를 가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27일 오전 청와대 한 강당에서 장애우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온누리 사랑 챔버’가 비발디 ‘사계’를 비롯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오전 11시40분 청와대 직원 160여명이 강당을 가득 채우자 정장 차림에 연두색(남성)·노란색(여성) 넥타이를 맨 단원들이 공연을 시작했다. 단원들은 손씨 지휘에 따라 악보 없이 비발디 '사계'를 편곡한 메들리, '아리랑',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을 연주했다. 앙코르곡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까지 연주가 끝날 때마다 청중들의 박수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키보드를 치며 솔로로 '소원'이라는 노래를 부른 박민수(30·시각 및 발달장애 1급)씨는 20분 공연이 끝나자 "오늘 저 잘했어요!"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연주를 듣고 눈시울이 붉어진 청와대 직원 권모(38)씨는 "발달장애나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연주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을 것 같다"며 "많은 감동과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단원 박혜신(26·지적장애 3급)씨의 어머니 김명희(54)씨는 "우리 아이들도 누구보다 잘하는 재능이 있고 이를 이웃과 나누고 싶어한다는 걸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알립니다]
조선일보는 창간 90주년을 기념해 한국자원봉사협의회·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공동으로 '재능을 나눕시다' 캠페인을 펼칩니다. 이 캠페인은 자신이 가진 재능과 기술, 지식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 운동입니다. 재능을 나누고자 하는 기업이나 사회단체, 개인 모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도움을 원하는 개인·단체도 접수를 받아 재능기부자와 연결해 드립니다. 재능나눔 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기부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행정안전부·보건복지가족부·여성부·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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