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1.28 03:15 | 수정 : 2010.01.28 17:03
부천 필하모닉 지휘자 임헌정
"100여명 대편성 맞추려면 객원 연주자 20~30명 필요, 예산·일정 맞추기 쉽지않아
어떤 곡을 연주하느냐보다 얼마나 소화하느냐가 관건… 기초 체력부터 높일 것"
올해 탄생 150주년, 내년 서거 100주기. 지금 지구촌의 오케스트라들은 작곡가 말러(Mahler·1860~1911)의 재조명 열풍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1999년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작곡가의 교향곡 전곡(全曲) 연주에 들어가며 말러 붐을 일으켰던 부천 필하모닉은 올해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고전주의의 후계자'인 동시에 '낭만주의의 효시'로 꼽히는 작곡가 슈만(Schumann)과 브람스(Brahms)의 관현악과 실내악으로 꾸민다. 부천필 예술감독인 지휘자 임헌정과의 인터뷰는 말러에서 출발했다.
―올해 프로그램을 말러가 아니라 슈만과 브람스로 고른 건 의외다.
"지금 우리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79명이다. 100여명에 육박하는 대편성의 말러 작품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매번 20~30명의 객원연주자를 불러야 한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국내 여건상 음대생일 수밖에 없는데, 수업 일정 때문에 불러모으는 것부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면 작전상 후퇴는 아닌가.
"문제는 '어떤 곡을 연주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 충실하게 소화하느냐'다. 올해 슈만과 브람스의 교향곡을 8차례 들려주는 것과 별개로 단원들이 7차례에 걸쳐 실내악 전곡도 연주한다. 당장 반짝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교향악단의 기초체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자 고민거리다."
―올해 프로그램을 말러가 아니라 슈만과 브람스로 고른 건 의외다.
"지금 우리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79명이다. 100여명에 육박하는 대편성의 말러 작품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매번 20~30명의 객원연주자를 불러야 한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국내 여건상 음대생일 수밖에 없는데, 수업 일정 때문에 불러모으는 것부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면 작전상 후퇴는 아닌가.
"문제는 '어떤 곡을 연주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 충실하게 소화하느냐'다. 올해 슈만과 브람스의 교향곡을 8차례 들려주는 것과 별개로 단원들이 7차례에 걸쳐 실내악 전곡도 연주한다. 당장 반짝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교향악단의 기초체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자 고민거리다."

―구체적 복안은 무엇인가.
"교향악단 내에 차세대 연주자를 기르는 '예비학교'이자 '온실'이라고 할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를 설치하려고 한다. 베를린 필을 벤치마킹(benchmarking)하는 것으로, 현악과 목관 연주자 14명이 최대 2년가량 머물면서 수석단원의 지도를 받고 관현악과 실내악 연주에도 참여하는 방식이다."
―전용 콘서트홀 건립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지부진하다.
"예산 확보 때문에 늦어지고 있지만 부천시 오정구 작동에 부지 선정을 하고 타당성 조사까지 마쳤다. 운동선수들이 천연잔디와 전용구장에서 뛰기를 바라는 것처럼, 연주자들이라면 당연히 전용음악당을 원하게 마련이다. 겉모습보다는 음향에 중점을 두고, 음악가들이 연주하고 싶은 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1989년 취임해서 작년 20주년을 맞았다. 정작 하반기에 건강 악화로 공백기를 가져 아쉬움이 컸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사임까지 고민했었다. 뚜렷한 병명을 알 수 없었고, 탈진으로 외출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두려움이 컸다. 스트레스부터 줄여야 한다는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휴식 기간을 가졌고, 지금은 활동에 무리가 없다."
―현재 국내 오케스트라 가운데 최장수 예술감독이다.
"처음 왔을 때는 단원도 스무 명 남짓이었다. 모차르트나 슈베르트 외에는 할 수 있는 곡이 없었다. 연습실이 없어서 난로 몇 개 갖다 놓고 복도에서 리허설했던 기억이 오래 남는다(웃음)."
―20년 기록을 세웠는데 몇 년까지 자신하는가.
"당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새로운 지휘자를 모셔오는 '전면 재건축'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성장발전이 가능한 모델을 마련하고 싶다. 새로운 홀을 짓고 이사하기 직전의 '폐막 음악회'가 내 마지막 연주회가 될 것이다."
▶부천 필하모닉의 슈만과 브람스 시리즈, 29일 오후 7시 30분 부천시민회관, (032)625-8330
"교향악단 내에 차세대 연주자를 기르는 '예비학교'이자 '온실'이라고 할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를 설치하려고 한다. 베를린 필을 벤치마킹(benchmarking)하는 것으로, 현악과 목관 연주자 14명이 최대 2년가량 머물면서 수석단원의 지도를 받고 관현악과 실내악 연주에도 참여하는 방식이다."
―전용 콘서트홀 건립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지부진하다.
"예산 확보 때문에 늦어지고 있지만 부천시 오정구 작동에 부지 선정을 하고 타당성 조사까지 마쳤다. 운동선수들이 천연잔디와 전용구장에서 뛰기를 바라는 것처럼, 연주자들이라면 당연히 전용음악당을 원하게 마련이다. 겉모습보다는 음향에 중점을 두고, 음악가들이 연주하고 싶은 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1989년 취임해서 작년 20주년을 맞았다. 정작 하반기에 건강 악화로 공백기를 가져 아쉬움이 컸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사임까지 고민했었다. 뚜렷한 병명을 알 수 없었고, 탈진으로 외출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두려움이 컸다. 스트레스부터 줄여야 한다는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휴식 기간을 가졌고, 지금은 활동에 무리가 없다."
―현재 국내 오케스트라 가운데 최장수 예술감독이다.
"처음 왔을 때는 단원도 스무 명 남짓이었다. 모차르트나 슈베르트 외에는 할 수 있는 곡이 없었다. 연습실이 없어서 난로 몇 개 갖다 놓고 복도에서 리허설했던 기억이 오래 남는다(웃음)."
―20년 기록을 세웠는데 몇 년까지 자신하는가.
"당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새로운 지휘자를 모셔오는 '전면 재건축'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성장발전이 가능한 모델을 마련하고 싶다. 새로운 홀을 짓고 이사하기 직전의 '폐막 음악회'가 내 마지막 연주회가 될 것이다."
▶부천 필하모닉의 슈만과 브람스 시리즈, 29일 오후 7시 30분 부천시민회관, (032)625-8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