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바른 형·솔직담백 아우… "대화도 다툼도 음악으로"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0.01.28 03:15 | 수정 : 2010.01.28 16:56

피아니스트 임동민·동혁 형제

지난 16일 미국 뉴욕 57번가의 아파트.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형인 피아니스트 임동민(30)은 서정적으로 출발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을 몇 번이나 매만지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동생 임동혁(26)이 같은 건반 앞에 앉아 2008년 음반 녹음했던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동생은 캐나다의 명(名)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처럼 선율을 입으로 따라서 읊조리기도 하고, 반복 구절을 낭만적으로 펼쳐보이기도 하면서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때로는 티격태격, 때로는 도란도란. 형제는 대화도 음악으로 나눴다. 다음 달 형은 협연으로, 동생은 독주회로 모처럼 둘은 무대로 함께 돌아온다.

"늘 연주력이 걱정이죠. '이 대목은 왜 안 되는 걸까'라는 질문에 해답을 못 찾으면 고민만 따라서 깊어가요." 2년 전부터 계명대 부교수로 출강하는 '교수님'이지만, 형 동민의 말투는 예의 바르고 겸손하다.

"언제나 성실성이 문제예요. 슬럼프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고, 연습량은 단숨에 늘지 않고." 동생 동혁의 말은 거침없어 재기 발랄하고, 돌려서 말하는 법이 없어 솔직담백하다.


피아니스트 임동민(오른쪽)·동혁 형제는 연습시간 때문에 피아노 하나를 두고 다투지만, 서로에게 배울 점도 많다고 털어놓았다./뉴욕=김성현 기자

다음 달 형 동민은 수원시향(지휘 김대진)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 쇼팽 탄생 200주년을 맞아 올해 작곡가의 독주곡 음반도 녹음 예정이다. 2008년 베토벤 소나타에 이은 두 번째 독집음반이다. 형은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같은 러시아 대곡(大曲)에도 조금씩 욕심이 간다"고 했다.

동생 동혁도 다음 달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와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7번, 쇼팽의 마주르카 등으로 리사이틀을 갖는다.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외에는 모두 무대에서 처음 선보이는 곡들이다. "라벨은 악보가 난해해서 그런지 느린 곡도 도통 외우기 어렵네요." 연주를 한 달여 앞두고 동생의 고민도 따라서 깊어만 간다.

형제에게 상대방의 부러운 점을 꼽아달라고 하자 형은 "동생의 영감", 동생은 "형의 성실성"이라고 했다. 어느새 어둠이 깔렸지만, 둘은 다시 연습 순서를 놓고 피아노 앞에서 옥신각신 다툼에 들어갔다. 욕심도, 고민도 형제는 다른 듯 똑 닮아 있었다.

▶임동민 수원시향 협연, 2월 11일 예술의전당, (02)580-1300

▶임동혁 리사이틀, 2월 20일 고양아람누리, 21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1577-5266